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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조동석> 동양 사태가 남긴 것
지난 9월 23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실패로 돌아가자 동양의 5개 계열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동양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규모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기업부실을 투자자에게 전가한 데다 계열 대부업체의 부실 계열사 지원, 그리고 불완전판매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은 궁지에 몰렸다. 당국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동양 사태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은 대규모 검사인력을 파견해 감독 부실의 불명예에서 벗어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달여가 흐른 12월, 동양 사태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지 한번 곱씹어 볼 때가 됐다.

동양 사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실징후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동부그룹이 알짜 자산 매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율 구조조정안을 내놓는가 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장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빨라진 구조조정 움직임 뿐만은 아니다. LIG그룹은 ‘LIG건설 사기성 CP’ 피해 투자자 보상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금융위와 정치권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직접 자금조달 시장에선 CP나 회사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만들어졌다. 우리는 동양이란 백신을 맞으면서 한층 성숙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익은 사유하고 손실은 공유하려는 일부 투자자의 행태가 또다시 반복됐다는 것이다. 불완전판매의 명백한 희생자들은 구제해야 한다. 그러나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알고도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선택한 투자자라면 스스로 책임지는 게 맞다.

우리나라는 공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사과가 썩었다고 알려주면 썩은 사과를 먹을지 말지는 소비자 몫이다. 만약 동양이 안 썩은 사과인 양 팔았다면 이는 분명 불완전판매다.

금감원은 썩은 사과를 그대로 팔게 했어야 했다. 동양이 포장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감독당국도 이런 실책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게다. 모든 규제는 정부와 국회가 담당하고, 발행은 시장의 몫이니 말이다. 그래도 금융사고를 여러 차례 경험한 감독당국이 금융소비자와 최일선에서 접하는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3년 카드사태에 이어 2008년 키코(KIKOㆍ환헤지 통화옵션상품)사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최근의 LIGㆍ동양사태까지, 사고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감독당국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리는 데 검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그칠 게 아니라 이번 검사가 자금조달 시장 전반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조동석 (경제부 금융팀장)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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