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한 쪽에서는 세수가 부족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예산을 잡아만 놓고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4년간 평균집행률이 70%에 못 미치는데도 내년에는 예산이 오히려 증액된 사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집행률이 70% 미만이면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평균 집행률 역시 70%가 안되는 사업이 150건에 달했다. 연례적으로 예산이 남았지만 이 중 114건의 사업에 대해서는 내년에도 예산이 편성됐다.
특히 43개 사업은 예산이 전혀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예산규모가 늘어났다. 정부의 직접사업이 34개, 보조사업이 9개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올해도 예산 집행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41개 사업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집행률이 50%를 밑돌았다.
남희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예산안을 심사할 때 집행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점검해 집행 부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예산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의 한국형전투기(KF-16) 사업은 연내 계약이 어려워 올해 예산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내년에도 573억원의 예산이 잡혔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행복생활권협력사업은 지자체의 참여가 저조해 지난 9월말 기준 집행률이 25%임에도 내년에 올해 예산 300억원의 2배인 650억원으로 편성됐다.
친환경농업연구센터와 연안정비사업, 수산물유통시설건립, 한반도생태평화벨트조성사업 등도 예산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았지만 내년 예산규모는 더 늘었다.
환경부의 하수관거정비, 하수처리장확충, 농어촌마을하수도정비 사업 등은 계속사업으로 2014년 예산안에 들어가 있지만 올해 집행실적은 0%다. 올해 3666억원의 예산이 잡힌 국토교통부의 광역철도건설지원 역시 10개의 건설사업 중 6개가 집행실적이 전혀 없었다.
한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올해처럼 예외적인 세수부족 상황에서는 예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불용 처리할 수 있거나 연기할 사업이 무엇인지 보고있다”고 말했다.
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