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엔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10엔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 여파로 100엔당 원화 환율은 10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는 회복 조짐을 보이는 우리 경제에 암초로 작용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환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수출 타격이 큰 중기 지원책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20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표된 미국의 출구전략 개시가 일본의 양적 완화 유지 정책과 맞물려 엔/달러 환율 상승(엔화 가치 하락)과 원/엔 환율 하락(엔 대비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화의 돈줄은 조여지는 반면 일본의 금융완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외환 전문가들을 인용해 엔/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며칠 전인 2008년 9월 9일 달러당 108엔까지 오른바 있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은 내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5 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스미모토미쓰이은행의 이시바시 마사루는 “엔/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는 110 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가 최근 집계한 주요 IB(투자은행)들의 내년 엔/달러 환율 전망 중간치는 1분기 102엔, 연말 110엔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내년 4분기 중 달러당 120엔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본다.
WSJ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를 불러온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엔/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적완화 축소로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원화는 엔화의 행보와 상반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과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타 신흥국 대비 견실한 국내 거시경제 여건이 반영돼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19일 1022.54원(매매기준율 기준)을 기록했던 100엔당 원화 환율은 내년에 세자리수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1분기, 삼성선물은 내년 상반기 중 100엔당 9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전자 등 국내 대표업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업종은 일본업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양적완화 축소로 엔 약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정부도 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여전히 확장적 통화정책을 사용해 선진국 간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흐름을 지켜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 취할 수 있는 환율 대책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 약화로 타격을 받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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