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입주를 두달여 앞둔 왕십리2구역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수천만원 더 늘어나게 됐다는 겁니다. 분양 당시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두 차례 할인분양까지 한 여파로 2구역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조합원들의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조합원 분담금은 가구당 평균 1억30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합원이 모두 423명이니 이들에게 평균 1억3000만원을 더 걷어 약 550억원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조합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3층 단독주택(대지 99㎡, 연면적 162㎡) 소유자였던 L씨는 이곳이 왕십리뉴타운2구역으로 개발되면서 전용 84㎡형 아파트를 받고 현금 1억2000만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되면 오히려 7400만원을 내야하는 처지라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분담금을 더 내라는 조합장에게 분노해 조합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조합장 측은 통과된 해임안에 다시 반발하고 있고요. 입주 직전 막판까지 정말 예측 불허입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 사태에 대해 “분노한 조합원들과 해임된 조합장이 지리한 소송전을 벌일 것 같다”며 “그러나 2구역 입주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아 소송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입주가 시작되고 결국 조합원들은 분담금을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본다”고 했습니다.
결국 서울 뉴타운 중에서도 시범뉴타운인 왕십리 뉴타운에서 조합원들의 손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서울시의 뉴타운사업이 적어도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실패작이라는 겁니다.
뉴타운사업 초기 조합원들은 뉴타운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겼지요. 이런 기대감은 당시 상황만 보면 그다지 틀린게 아니었습니다. 뉴타운사업은 쉽게 말해 재개발 사업의 구역을 광역으로 묶어 진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약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는 재개발 사업을 10여개씩 묶어서 개발하다보니 개발 기대감이 당연히 높았지요. 당시 하나의 재개발 사업만 진행해도 조합원들은 꽤 높은 수익을 얻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지난 2000년대 중반 강북의 한 재개발 사업지에서 K씨는 전용 59㎡ 조합원 아파트 분양권을 2억원대 중반에 매입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3억원대 초반에 일반분양돼 K씨는 약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지요. 그런데 뉴타운 사업에서는 그런 수익 구조가 완전히 파괴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왕십리외 지역에서도 뉴타운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북지역 A뉴타운 조합원 P씨는 5층 다세대주택 소유자로서 세입자 6세대로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한동안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건물 평가액이 6억9000만원으로 나온 것입니다. 지금 받고 있는 월세 수익만 따져도 건물의 가치는 10억원이 넘는다고 봤던 그는 실태조사 결과 통보를 받고 뉴타운 해제 동의서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는 “내년 1월 말까지 조합원 50%가 해제 동의서를 내면 뉴타운이 해제될 수 있다”며 “뉴타운을 하면 조합원은 모두 지금 소유한 집에서 쫓겨나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때 ‘우리 동네도 뉴타운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너무 높아 선거공약으로까지 쓰였던 ‘뉴타운’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기피 단어로 전락한 것 같은 인상입니다.
최근 발간된 도서 ‘서울시 뉴타운재개발사업은 사기다’라는 책에서는 “내 집은 헐값에 팔고 새 집(아파트)은 비싸게 산다”며 “그래서 뉴타운사업은 사기”라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P씨는 “지금 소유한 집은 감정평가액으로 평가하고, 새로 지어 주는 아파트 분양가는 시세에 맞춰 책정하기 때문에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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