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아닌 재능·생명기부 등 활발
뜨거운 나눔열기 한발 뒤쳐진 정책
복지인프라·세제지원등 여전히 미흡
사회지도층의 모범도 나눔확산 과제로
대한민국에서 나눔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불과 20, 30년 전까지만 해도 기부나 봉사는 소위 ‘있는 집’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국민 의식의 향상과 함께 나눔은 계층과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사회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나눔의 방법도 현금기부 중심에서 재능기부, 생명기부, 유산기부 등으로 종류와 방법이 크게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도 재능기부는 개인이나 기업이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다. 유명 연예인들에서부터 일반인까지 확산되면서 요즘 가장 뜨거운 기부 방식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2013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재능기부 참여 비중은 2011년 15.9%에서 2013년 19%로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오승환 선수가 최근 ‘드림캠프’를 열어 야구 꿈나무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 사례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출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재능기부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아동학습지도(24%), 요리(11.3%), 운전(7.9%) 등의 기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재능기부가 일상의 다양한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제공=사회복지공동모금회] |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을 기점으로 생명나눔에 대한 실천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헌혈 등 비교적 간단한 생명기부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장기기증, 골수이식까지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도 생명기부를 통한 장기이식은 3845건으로 2008년 2858건에 비해 1000여건가량 증가했다. 연간 헌혈 인구도 같은 기간 40여만명이 늘어나 272만명에 이르렀고,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장기이식 희망자도 114만925명에 달했다.
아직은 생소한 유산기부 역시 그 영역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유산기부는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기부 형태로 현재 한국에서는 전체 기부액의 0.4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8%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 설문에서 ‘향후 유산기부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35.9%에 달하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0대 중 18.6%만이 ‘유산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10대는 48.9%가 긍정적으로 답하며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국민 1인당 나눔 활동 수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총 현금기부 금액은 19만9000원으로 2년 전 16만7000원에 비해 20%가량 늘어났다. 연간 봉사활동 시간도 같은 기간 24.7시간에서 25.1시간으로, 참여횟수도 7.1회에서 7.6회로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늘어나는 관심에 비해 제도적 지원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세제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기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노후 생활자금까지 지원해 주지만, 한국은 오히려 기부금 세제 혜택을 줄이고 있다. 또한 올해 초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4명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 복지 인프라도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언급된 통계청 설문조사에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국민들은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54.2%)와 ‘기부단체의 자금운영 투명성 강화(19.6%)’를 꼽았다. 류시문 노블레스오블리주 시민실천 공동회장은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닦아줘야 정의로운 사회에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