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농구단 승승장구로 본 이순우 행장의 리더십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솔선수범·선수 믿음 닮은 꼴
만년꼴찌서 1위팀 탈바꿈
직원들 사기진작에도 한 몫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단 ‘한새’의 상승세가 무섭다. 개막전 이후 11승 1패. 만년 꼴찌였던 한새농구단은 지난 시즌(2012~2013년) 7년만에 깜짝 통합 우승을 차지한 이후 올 시즌에도 줄곧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비인기 종목 스포츠팀에 불과했던 한새농구단은 ‘리딩뱅크’인 우리은행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한새농구단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단지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2004년 부행장 시절 농구단 단장을 맡은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한새농구단에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
“내가 한 일은 감독 한분 잘 모신 것밖에 없다.” 이 회장의 말이다. 이런 그는 ‘계열사 책임 경영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늘 한새농구단을 예로 든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농구단의 구단주가 되면서 감독과 코치진을 교체했다. 평소 생각해오던 리더의 중요성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경쟁팀 코치로 있던 위성우 씨를 과감하게 감독으로, 현역 시절 ‘스타 플레이어’였던 전주원 씨를 코치로 각각 영입했다. 그러면서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디에 있든 춘천 호반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순우(가운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2012~2013년 시즌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한새농구단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면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
이 회장은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면서 “내가 할 일은 코치진과 선수들을 믿어주고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봐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회장은 계열사 대표(CEO)들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할 뿐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려면 계열사 CEO들이 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감독이라고 해서 선수보다 위에 있지 않다. 먼저 발로 뛰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시간날 때마다 영업 현장과 거래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믿음의 리더십’도 이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 중 하나다. 그는 “조금 잘못했다고 해서 채근하거나 걱정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지고 있더라도 믿어주고 격려할 때 선수도 감독도 서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강조한다. CEO가 조직원을 믿어줄 때 그 조직은 자신감이 생기고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뒤숭숭해진 그룹을 추스리는데도 한새농구단을 등장시켰다. 직원 조회 때마다 농구단의 기적을 설파할 정도다. 이 회장은 “‘우리는 왜 이런 처지인가’라고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민영화를 하더라도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내에서는 한새농구단에 대한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린 선수들이 일궈낸 1등이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농구단 지원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