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현대그룹의 매각 결정으로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업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매각 가격에 모아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이 이미 매물로 나온데다 KDB대우증권도 잠재 매물 대상이어서 인수자들이 현대증권 몸값을 얼마나 쳐줄지 관심이다. 현대증권의 강성 노조도 인수에 있어 일정부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를 매각해 7000억~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지분을 포함해 현대증권 지분 약 35%를 갖고 있다. 현재 지분 가치가 약 3600억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매각가가 최대 7000억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 계열인 HMC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 등 범 현대가를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우투증권 인수에 참여한 NH농협지주와 KB금융지주 중 한 곳도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형 증권사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매물로 나온 우투증권(업계 2위)과 동양증권(업계 10위)도 당초 예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인수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우투증권 패키지(생명, 저축은행, 자산운용 포함)의 매각 예상가는 1조5000억~2조원이었지만 입찰에는 1조1000억~1조1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동양증권의 매각 예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당초 기대치보다 30% 가량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이 내년 8월쯤 매물로 나올 예정인데다 4~5곳의 중소형 증권사가 새 주인을 찾는 등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매물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제값 받기가 녹록치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 만큼 현대증권 가격의 키는 인수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상 적정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현대증권 노조가 ‘강성’으로 꼽히는 것도 부담이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후에도 강성 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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