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저 정책에 따른 자국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총 15조엔(약153조원)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본 내로 순(純)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에 따라 가격경쟁력 면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까지 부족해지게 되는 ‘이중고’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3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외국인의 일본 포트폴리오(주식ㆍ채권ㆍ단기금융상품) 순투자액은 12월 셋째주 현재 15조3392억엔이다. 작년 이맘때에는 순투자 규모가 -4조6249억엔을 기록했다. 1년새 해외로부터 들어온 투자금액이 20조엔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증시로 거대 자금이 유입됐다. 무려 14조2695억엔이 순유입됐다.
일본계 자금들도 대외증권 등에 투자한 자금이 본국으로 회귀하면서 일본에 순유입됐다. 일본계 자금의 해외투자액(주식ㆍ채권ㆍ단기금융상품) 규모는 지난해 12월 14조3107억엔에서 올해 -7조9449억엔으로 대폭 감소하면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일본 내 잔류된 자금이 많아졌다.
그만큼 일본 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김철웅 금융감독원 금융시장분석팀장은 “지난 5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예고 이후 신흥국에서 탈출한 외국인 자금들이 캐시화(현금화) 형태를 띠다가 9월부터는 일본을 새로운 투자처로 공략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상대적으로 한국은 대외건전성 지표가 좋아진 반면 역동성이 적은 ‘재미 없는 시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높아져 작년보다 해외투자자금 유입이 3분의 1가량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무더기 이탈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10월 말 현재 약 9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102조9000억원가량 되던 잔고 규모는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9월 들어 100조원을 밑돌았고 95조원대까지 추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의 통화나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김철웅 팀장은 “아베노믹스가 흔들리고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 2005~2007년과 같은 엔캐리 재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본이동분석팀 관계자는 “일본ㆍ외국 간 내외금리차가 적고 외국자금이 일본으로 몰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엔캐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