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시작점인 만큼 어느 때보다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책분야에서 가장 뜬 인물은 어려운 시기에 경제부총리로 낙점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초반에는 학자풍의 화법과 모호한 표현으로 여당에서조차 공격을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경제활성화 행보에 적극 나서는 등 존재감이 살아났다.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파티는 끝났다”, 국회에는 “정치가 블랙홀”이라는 등의 어록도 남겼다. 김동연 전 기재부 2차관은 새정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임명되면서 고졸 신화의 정점을 찍었다.
이에 반해 올해 쓸쓸히 퇴장한 이들도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을 지내며 실세 장관으로 떠올랐지만 기초연금 축소 논란과 함게 취임 반년만에 사표를 던졌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하고 진 인물이다. 미국 IT 업계 신화를 썼지만 이중국적 등 자격 논란에 정부조직개편 등이 난항을 보이자 스스로 물러나는 방향을 택했다.
(왼쪽부터) 현오석, 이순우, 서근우, 김창수 |
(왼쪽부터) 김종훈, 김동연, 진영 |
올해 금융권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 해로 기록된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정권 초기 대통령 공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이해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올해도 동양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로 투자자들이 또 울음을 삼켜야 했다.
특히 금융권에서 주목할만한 인물들은 바로 ‘금융연구원 사단’이다. 연구원 출신 박사들이 정부, 민간 등 여러분야에서 활약을 펼쳤다. 정부 쪽 인사는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필두로, 이상제 상임위원, 임형석 전 국제협력관, 연태훈 자문관 등이 있다. 또 주요 기관장 중에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등도 대표적인 연구원 출신이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은 말단 행원에서 회장까지 오르는 금융권의 성공 신화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2002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을 맡으면서 임원 대열에 올랐다. 이어 개인고객본부장, 수석부행장, 은행장을 거쳐 지난 6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필승 카드’로 회장에 선임됐다.
국무조정실장 등 관료에서 금융CEO로 화려하게 변신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주목받은 인물로 평가된다. 제 2금융권에서는 해외시장 진출과 탁월한 실적이 뒤받침됐으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사로 주변을 갑작 놀라게 한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삼성전자의 대표적 ‘인사통’으로 재계 1위의 명성을 금융권에서도 복원시키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도 금융권내 급부상한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올해 쓸쓸히 퇴장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등 금융계의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각 금융지주사 수장들이다. 강만수 전 회장은 이명박(MB) 전 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를 거쳐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KDB금융 회장까지 역임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장기집권에서 물러났다. 특히 그가 추진하던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새 정부가 들어 백지화됐다. 어 전 회장은 사외 이사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물러났고, 이 전 회장은 MB정부에서 연임했으나 금년에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퇴임했다. 신동규 전 NH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신경 분리된 NH농협금융지주에 외부 공모를 거쳐 사령탑을 맡았으나 농협중앙회의 벽에 막혀 고심하다가 자진사퇴했다.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안이 나오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물러나는 것으로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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