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정태일> 여야싸움에 또 실패한 ‘호갱님 구하기’
성탄절, 겨울방학, 연말이 겹치며 유통가가 들썩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번호이동, 기기변경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이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법정 상한(27만원)보다 높은 금액의 스마트폰 보조금을 제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때 아니면 공짜폰 못 구한다’는 문구로 소비자를 자극하기도 했다.

실제출고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스마트폰은 할부원금이 반값 수준밖에 안 됐고, 80만~90만원대의 스마트폰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다리 건너 다른 매장에선 같은 제품이라도 할부원금이 30만~40만원 더 높았다. 바로 정부가 지적한 이용자 차별 현상이다. 반면 싸게 구매했더라도 월 8만원(부가세 포함) 통신료를 내야 하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돼 꼭 이익을 본 것만도 아니다. 모두 연말 성수기를 맞아 밀어내기식 재고털이 하는 공급자와 들뜬 소비심리가 만나 빚어진 모습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기형적인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법안에 대한 심사가 예정됐었다. 수순대로라면 이날 여야 간 심사를 마치고 24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서 통과시켜 연내 본회의 처리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도 야당이 불참하는 ‘반쪽 심사’가 이어지며 파행을 겪다 결국 밤 10시께 산회했다. 여야의원들이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법안 심사에만 매달리는 사이 소비자에 직결되는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에 따라 단말기 유통법은 법안소위를 통과하지는 못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나 재논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례적으로 정부ㆍ통신ㆍ제조 3자가 법안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갖기까지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이 입지 싸움에만 몰두하는 사이 이용자 차별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 이 때문에 호갱님(호구+고객님)을 구하는 것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태일 산업부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