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 장기불황으로 소비양극화 뚜렷…홈쇼핑 · SPA브랜드 · 레저 등 새 수혜株로 매력 부각
경기 부천의 회사원 김지희(31ㆍ가명) 씨는 평소 짠순이로 통한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고 저렴한 SPA패션(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선호하는 명품 가방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과감히 큰돈을 지불한다.저성장과 경기불황 장기화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 양극화는 일상 소비 영역에서 절약과 사치라는 극단의 형태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불황형 소비주’가 새로운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양극화 시대…진화하는 불황형 소비=‘소비 양극화’는 내년도 시장 변화를 이끌 키워드로 꼽힌다. 한국트렌드연구소는 ‘2014년 핫 트렌드 보고서’에서 “앞으로 국내 소비시장은 기다란 봉의 양쪽 끝에 무거운 원반을 단 바벨(barbell)처럼 가운데는 없고 양 극단만 있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즉, 일상적으로 쓰는 물품은 저렴한 것을 사면서도 본인이 가치를 두는 특정 상품에는 큰돈을 쓰는 ‘작은 사치’ 성향이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급 향수시장에서 수입화장품 회사들의 전체 매출액이 떨어졌지만 한 병에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특히 내년에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양극화 현상이 한층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명품이나 여행 등 고가의 소비를 위해 평소에는 품질이 확보된 저가 상품을 찾는 ‘보물찾기(trading-down)’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홈쇼핑이나 인터넷ㆍ모바일 쇼핑, 아울렛 등 저가 채널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도 유망 트렌드 20선’ 중 하나로 불황형 소비주를 꼽았다. 전통적인 불황 수혜주로 주류ㆍ담배, 라면 업종 등이 대표적이었지만 이제는 단순한 알뜰 구매를 넘어 가격ㆍ자기만족ㆍ시간적 편의성까지 충족하는 소비주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소비주‘지각변동’…떠오르는 수혜株는?=이 같은 소비형태 변화로 내수 소비주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소비주는 장기 투자 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우선 주목되는 업종은 유통이다. 증권업계는 유행의 민감성과 제품의 다양성, 재고 축적 등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아울렛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한다. 아울렛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수혜주 중 하나다.
이마트는 내년 온라인식품몰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싱글족의 증가로 간편가정식과 소포장 채소상품 매출이 늘어나는 데다 올해 처음으로 신선식품(32.3%)이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향후 전망도 밝다.
화장품에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ㆍODM(제조업자개발생산) 등 위탁생산 전문업체들의 선전이 주목된다. OEM, ODM은 자기 브랜드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는 대신 홍보 비용이 없고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패션에서는 ‘유니클로’와‘H&M’ 등 세계 4대 SPA 브랜드에 의류를 공급하고 있는 한세실업의 강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 밖에 AJ렌터카는 등록 부대비용을 비롯해 보험료 등 일부 비용 절감 효과가 부각되며 불황형 소비의 수혜 종목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소비한다”미디어ㆍ레저ㆍ모바일게임‘3총사’주목=노동시간 단축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여가 시장의 양극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여행과 같은 고가의 지출이 증가하는 한편,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가장 저렴한 TV 시청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은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이벤트와 중간광고 확대 등 규제완화로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레저산업은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에 발맞춰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항공권과 호텔 예약에서 온라인 비중이 상승하면서 온라인ㆍ모바일 여행 산업이 주목받는 중이다.
모바일게임 역시 소비자들의 디지털 사용시간 증가로 수혜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글로벌 시장의 경우 2016년에는 지금의 2배에 달하는 23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