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4일 은행을 찾아가 1억2600만원짜리 모기지 대출에 사인했다. 연금리 1.5%에 20년 만기였다. 월 이자는 17만원. 기존 월세의 절반도 안됐다. 권씨는 이사 준비에 나섰다. 월셋방을 내놨고 다음 세입자도 정해졌다. 매입한 집의 계약ㆍ중도금 2500만원도 냈다. 그렇게 잔금일을 20여일 앞둔 권씨는 이달 3일경 은행으로 부터 ‘모기지 실행이 안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권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권씨는 ‘서류상’ 집을 가졌었다. 7년전 지인의 아파트 분양 계약때 명의를 빌려줬던 것. 돈 한 푼 안냈다. 재산세도 낸 적 없었다. 결과적으론 은행직원의 과실일 가능성이 컸다. 권씨는 “(명의 빌려준 기억 때문에) 모기지 신청 전 대출 자격여부가 (스스로도) 애매해 재차 확인했다”며 “담당 직원은 대출승인 전 주택소유 이력이 있는 걸 전산상 확인했지만, 신청자 말만 듣고 (주택이력을 해명하는)소명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권씨는 금리 1.5%가 아닌 3%대의 담보대출로 이사해 매월 34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는 것 방법 밖에 없다. 아니면 매매를 파기하고 위약금 수천만원을 손해본 뒤 다른 셋집을 찾아야 한다. 권씨는 “공유형 모기지가 아니었다면 집 살 꿈조차 안 꿨을 것”이라며 “정부와 은행이 허락해서 한 것 뿐인데, 잘못된 결과는 누구도 책임을 안 지려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정작 권씨같은 ‘대출 사고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땅히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시범사업 당시 수혜대상 2986명중 대출에 실패한 710명의 3∼5% 정도가 권씨처럼 부적격 등 ‘기타 사유’로 대출을 중도 포기했다. 매매계약 직전 집주인 혹은 신청자 변심 등의 이유는 60%, 대출 규모 조정을 위해 다른 대출 변경 비중은 35%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출 대상이 기존 1만5000가구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공유형 모기지 사업에서 제2, 제3의 ‘권씨’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이 커질 수록 비슷한 종류의 대출 사고로 고금리 빚더미에 앉는 사람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주택소유 여부가 모호한 경우 그 이력을 개인이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도 문제다. 지금은 그 주택의 시공자 또는 금융기관만 열람 가능하다. 권씨는 “주택소유 이력을 직접 확인했다면 애초에 (대출)희망을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은행 측은 묵묵부답이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은행 담당직원은 권씨의 대출을 상담하며 주택소유 이력을 확인한 10월 4일 당시 그에게 관련 소명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자격의 명확한 설명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은행측은 “권씨가 소명자료를 가져오길 기다렸지만 (자료가)오지 않았다”며 “현재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돼 (금감원의)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거 밝혔다.
이와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소홀했고 (대출 신청자에게) 설명도 부족했다면 그 은행 지점의 과실”이라며 “1000개 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먼저 필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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