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금융당국의 보험 민원 감축 정책이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민원 평가가 무서워 보험금을 과다 지급해서는 안되며,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는 민원 평가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악성민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보험사들은 돈을 더 들여가면서 민원을 줄이는 현실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는 금융감독원의 민원 감축 시행으로 악성 민원인에게 ‘보험금 퍼주기’가 만연하면서 올해 500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불필요하게 나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블랙컨슈머를 민원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준을 세울 수 없어 방치될 수밖에 없다”면서 “무리하게 민원을 감축하려다가 불필요하게 지급된 보험금 규모가 5000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보험 민원의 대대적인 감축을 지시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보험 민원감축 표준안을 마련해 민원감축 지수 등을 개발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민원 감축 현황 공개와 더불어 미흡한 보험사에 대해 경영진 면담과 검사 등으로 압박할 방침이다.
업계는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한 악성민원이 많아질 수 있다는 부작용을 걱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검증도 안된 발생 단계에서의 문제제기는 민원이 아닌 불만으로 처리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는 민원으로 분류해 보험사가 적극 처리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민원이 많다고 무조건 보험사에 불이익을 주는 현 구조가 보험금 누수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평가제도는 민원 내용이 부당해도 일단 인터넷 접수 등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0.3점의 불이익을 주도록 돼 있다. 보험사들은 부당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돈을 더 주는 등 민원인의 요구를 수용해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보험 약관에는 없지만 보험금 합의 시점에 피해자 몸 상태를 고려해 향후 발생할 치료를 합의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향후치료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11회계연도 1인당 평균 보험금은 115만 8000원에 향후 치료비는 56만4000원으로, 전체금액의 33.1%를 차지했다. 2012회계연도는 115만9000원에 58만원(34.2%)이었다. 2013회계연도 상반기에는 1인당 평균보험금은 109만9000원이었으나, 향후 치료비는 59만2000원(37.3%)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가 정해진 약관을 무시한 채 민원 제기 등으로 보험사를 압박하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금액을 올려주고 있다”며 “평균보험금에서 향후 치료비의 비중이 커진다는 건 그 만큼 보험금 누수가 심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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