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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잡아먹는(?) ‘셀프 주유소’
[헤럴드경제=허연회ㆍ신상윤 기자]불황기 주유소들의 대안이라 불리는 ‘셀프주유소’가 사람을 잡아 먹고 있다.

흡사 중세시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펼쳐졌던 엔클로저(Encloser) 운동으로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고 한 토마스 모어의 말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주유원이 있는 일반 주유소가 대거 셀프주유소로 전환되면서,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로 일하고 있는 주유원들이 갈 곳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알뜰주유소가 출범 2년만에 1000개를 돌파했지만, 일반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과 싸우기 위해 셀프주유소로 대거 전환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알뜰주유소까지 셀프로 바꿀 수 있게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정부는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2014년부터 셀프 전환 비용을 부담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셀프주유소는 2011년 325개(전체 2.7%)에 불과했지만 가격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지난달 현재 1422개(전체 11%)로 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주유소협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주유소는 1만2822개에 달한다.

정부의 보조 방침이 확정될 경우 전체 중 11%에 달하는 셀프주유소 숫자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평균 주유소 한 곳당 5명 가량 고용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주유소에는 청소년들의 알바 자리는 물론 중ㆍ고령층의 시간제 일자리까지 골고루 제공하고 있다.

약 6만여명의 시간제 일자리가 주유소를 통해 나오고 있지만, 셀프주유소가 확산될 경우 일자리가 많게는 현재의 1/5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산업부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의 셀프 전환 수요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월 중 구체적인 셀프 전환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셀프주유기 한 대당 평균 가격은 3000만원 가량. 이에 비해 일반 주유기는 800만원 수준이다.

대당 2000여만원 안팎만 추가 투자할 경우 매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주유소 사업주들에게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게 훨씬 매력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제 일자리라도 늘려 고용 통계치를 끌어 올리겠다는 고용 측 정부 입장과 기름값을 내려 물가 안정으로 서민 생활을 안정시켜보겠다는 산업측 정부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셀프주유소가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셀프주유소가 많이 생기면 시간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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