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금융계의 큰 별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2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전 행장은 이날 오전 급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행장은 금융계에서는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전남 광주 출신인 그는 지난 1969년 조흥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 대신증권으로 옮겨 ‘증권맨’으로 변신해 동원증권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그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외환위기 직후 국민은행의 합병 전신인 주택은행장을 맡으면서 국민ㆍ주택은행의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주택은행장 재임 시절 금융권의 대표적인 성과 보상체계인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김 전 행장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은행의 이익을 많이 내는 게 은행의 역할이라는 ‘은행장론’을 폈다. 이에 스톡옵션 제도를 전격 도입, 월급은 1원만 받고 스톡옵션은 40만주를 받는 등 ‘월급 1원 은행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4만원 대를 횡보하던 국민은행 주가는 김 전 행장 재임 기간 9만원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 ‘CEO(최고 경영자) 주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시장 수호자’라고 평가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경영인으로 조명을 받았다. 외국계 투자자 역시 그의 경영전략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퇴장은 다소 힘든 면이 있었다. 지난 2004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고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회계기준 위반 사실이 금감위로부터 적발된 것이다.
당시 ‘타고난 장사꾼’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라 그의 재임을 바라는 인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깔끔하게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임 후 이명박 정부 시절 입각 제의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전원생활을 유지했다. 당시 그는 농장 가꾸는 일로 피부가 검게 그을렸다고 한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많은 ‘올드보이’가 노년까지 활동하지만 김 전행장은 조용히 물러나 후배에게 길을 터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행장은 슬하에 운식(브로드컴 근무)ㆍ운영(구글 근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장지는 원지동 서울 추모공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4일 오전 9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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