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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을 남에게 베푸는 봉사의 달인”
24년째 인연…홍만기 과천동장이 본 김지명 시인
서로 인연이 닿은 지 올해로 24년째가 됩니다. 첫 만남부터 험악했죠. 저는 과천시 산림보호 담당이었고 김지명 시인은 관악산 계곡 무허가 식당촌의 왕초(오야붕)였어요. 고기 굽고, 삼계탕에 오리탕에 닭백숙에 그런 곳이 계곡 위로 쭉 1.5㎞ 넘었지요. 법 질서 확립 차원에서 철거작업이 전개됐는데 생계가 걸린 문제다보니 소란이 컸어요.

갈등 끝에 김 선생이 그쪽 대표로 나섰고 저는 시 창구로 나서 결국 합의를 봤죠. 자진 철거키로. 그때 김 선생이 리더십을 발휘한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자율 정리하는 대신 시에서 인명구조대와 산불감시대를 발족해 일정 수입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계곡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고 지금의 명소로 거듭나게 된 겁니다.

그런데 김 선생이 한사코 무보수로 인명구조 대장을 맡겠다는 거예요. 15~20명 정도를 규합해 어렵게 벌어 놓은 돈까지 들여가며 눈부신 활약을 했지요. 김 선생은 의협심이 남다르고 일반인이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바로 실천하는 괴력은 타고 났습니다. 성질 하나는 고약하지만 근본이 순수한 참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서 애증관계가 형님 아우로 발전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쁠 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자발적으로 인명구조에 나섰고, 앰뷸런스도 자비로 구해 전국 무료봉사를 하기도 했지요. 전쟁고아지만 좀체 티내는 법이 없어요. 본인이 어렸을 때 받지 못한 사랑인데 다른 사람한테 준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사랑을 받아본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인데.

그 바쁜 와중에 시도 쓰고 목각도 다듬고 하여간 불가사의한 분입니다. 김 선생을 돕다가 곤경에 처한 적이 없지 않습니다만 지나고 보니 다 보람이라 생각됩니다. 민간 차원의 인명구조업무가 119 구조대로 넘어가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섭섭했을 겁니다. 연세도 있고 험한 일을 함께할 사람도 찾기 어려워 실망도 크고요. 불우한 전쟁고아들 지원 사업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가능하면 돕고 지원하고 싶습니다.

관악산이 좋아 안양 호계동에 있는 자택도 마다하고 생명 다하는 날까지 관악산에 머물면서 헌신적으로 남을 돕겠다는 그 각오가 놀랍기만 합니다. 부디 건강 잘 유지해서 보람된 일 지속했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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