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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기업 ‘낙하산’ 근절책, 정부에만 맡겨선 안돼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도대체 어느 정부에서나 끝낼 수 있을까. 기관장, 감사에 이어 이제는 사외이사 자리까지 정치권 인사들이 꿰차기 시작했다. 경영혁신 1순위 대상인 한국전력은 최근 전 새누리당 의원과 지검장 출신 등 3명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슬그머니 제 식구를 밀어넣은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임 사장에도 친박계 정치인이 내정됐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여당 부대변인 출신의 정치인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던 지난해 11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박근혜정부 첫 1년 동안 내려온 여당 출신 기관장과 감사 수보다 최근 2개월간 숫자가 3배나 더 많다고 한다. 대부분 정치가 직업인 사람들이다. 업무 연관성도 없고 전문지식은 더더욱 없다. 경영평가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목적으로 영입한 대정부 민원 해결사들이다. 이런 게 낙하산 인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뽑을 사람은 다 뽑아 놓고 기획재정부는 태연하게도 대통령에게 공기업 낙하산 인사 근절 방안을 보고했다. 기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밑에 ‘임원 자격기준소위원회’를 만들어 직위별 세부자격 요건을 마련하겠단다. 최소한의 해당 업무 경력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런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거니와, 자격요건을 정부가 만든다고 하니 안 될 말이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낙하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현재의 공기업 인사시스템은 나름 절차적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두둔한다. 정치인이라도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했다면 공기업에 갈 자격이 있는 것이라며 감싼다. 이러니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유독 북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ㆍ관 야합으로 날아온 이들이 노조와 이면계약해 자리보전하고, 돈 까먹은 국가사업을 고스란히 떠안아 지금의 부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인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공기업 개혁을 이번만큼은 확실히 해 내겠다던 박근혜정부였기에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확실한 공기업 인사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철저히 외부 전문가그룹에 맡겨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당 인사가 적발될 경우 그 자리를 알선한 인사권자와 당사자 모두 엄청난 처벌을 받도록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처럼 철저한 인사 검증과정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이뤄진 인사라고 잘못되었다면 과감히 번복하는 전향적인 결단도 필요하다. 이번이 어쩌면 공기업에 대한 정치적 인사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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