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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 아름다웠다
대인배 김연아다웠다. 석연찮은 판정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피겨여왕의 풍모였다.

21일 새벽 펼쳐진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서 김연아는 러시아의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올림픽 챔피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이날 진정한 승자는 김연아였다. 심판진은 홈그라운드의 소트니코바를 여왕의 자리에 올렸지만 피겨 전설들과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김연아의 손을 들어줬다.

1980년대 여자 피겨계를 제패했던 독일의 카트리나 비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결과가 바뀌진 않겠지만 이런 판정에 대해 토론 없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점수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1등은 아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린다”고 했다. 올림픽 2연패의 대업을 눈앞에서 놓친 김연아이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에 승복하는 올림픽 정신을 끝까지 잃지 않은 대범함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김연아의 18년 피겨인생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고별무대에서 선택한 ‘아디오스 노니노’의 선율은 은반 위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인사처럼 들린다. 여섯 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빙상장을 찾은 김연아의 피겨인생은 겨울스포츠 불모지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마침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로 절정을 이뤘다. 이번에 아쉽게 올림픽 2연패를 놓쳤지만 피겨의 전설이 되기에 충분한 그랜드 슬램의 기록을 갖고 있다. 동계올림픽,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등 사상 최초로 4대 국제대회 우승컵을 휩쓴 주인공이다.

김연아는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새 도전에 나서 용기와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어쩌면 아시아 선수로는 불멸의 기록의 될 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또다시 ‘구도자의 길’처럼 힘든 여정에 나선 것이다 .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새로운 목표를 정하지 못한 김연아는 은퇴를 저울질했고, 선수 외적인 활동으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0ㆍ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에는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나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덕에 소치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 박소연과 김해진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우리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이들 김연아 키드가 바통을 이어받아 멋진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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