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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뉴타운과 싸웁니다”
<이사람> 새마을 지도자 출신 길음2재정비촉진구역 비대위원장 홍순혜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임권택 감독의 1976년작 ‘도시여자 아내’는 1970년대 새마을 지도자로 활약했던 홍순혜(82)씨의 반평생을 그린 영화다. 당대의 인기배우 태현실과 박근형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홍순혜역을 맡았던 태현실은 이듬해인 197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했다.

홍씨의 인생 역정은 당시 ‘억새풀’이라는 제목의 KBS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은 드라마틱했다. 기구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홍씨가 1977년 서울시 도시새마을운동 전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억새풀은 시들지 않는다(1977ㆍ진명문화사)’는 책으로도 출판됐다.

 
새마을 지도자 출신 비대위원장 홍순혜(82)씨.

가난한 가정의 소녀가장 홍씨는 6.25전쟁 중에 갖은 고생을 겪었다.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행복한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남편이 사업 중에 사기를 당하면서 송천동(지금의 길음동) 셋방으로 이주, 다시 역경을 마주하게 된다.

홍씨는 굴하지 않았다. 파출부, 재단사 등으로 일하면서 돈을 저축해 형편이 나아지자 집을 개축하고 오히려 이웃 돕기에 나섰다. 전화기가 있는 자신의 집을 ‘어머니회관’이라고 명명해 파출부 사무실로 내놓은 것. 그 사무실을 배경으로 동네 아줌마들 250여명이 파출부 활동을 했다.

지금도 이 집에 살고 있는 홍씨는 “여기가 바로 우리나라 파출부 제도의 원조이자 산실”이라고 했다.

또 이들이 매월 일당의 2일치인 500원을 갹출해 만든 기금을 ‘어머니금고’로 명명해 운용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리로 융자해주는 역할까지 했다.

홍순혜씨가 전국주거대책연합 사무실로 내놓은 자신의 집 전경.

이런 사례가 새마을운동 성공 사례로 선정되면서 그녀는 유명세를 치렀다. 새마을 지도자로서 곳곳을 다니며 새마을운동 교육 강사로 활동했다. 당시 새마을운동 관련 업무를 하던 공무원들과의 인연도 깊다. 이원종 전 서울시장, 이만희 전 환경부 장관, 정종택 전 충북지사와의 인연이 모두 이때 시작됐다.

그런 그녀가 최근 길음2재정비촉진구역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 한 그 집이 속한 해당 구역의 조합이 사업비를 애초 알려진 3540억원에서 5150억원으로 증액시켰기 때문.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 각각 억대의 추가분담금이 불가피해진다. 옛날 어머니회관으로 내놨던 그 집을 이번에는 전국 비대위 단체인 전국주거대책연합의 사무실로 다시 내놨다.

그녀는 “사업비 증액 과정에서 불법적인 소지가 다수 있어 지난 19일 조합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형사소송도 낼 예정”이라며 “언제든 좋은 일에 집을 기부할 의사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뺏어가는 걸 방관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홍순혜씨의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 임권택 감독, 태현실 박근형 주연의 영화 ‘도시여자 아내’ 포스터.

홍씨는 옛 새마을 지도자들의 전국적인 모임(새마을운동보호회)일인 오는 4월22일(새마을의 날) 뉴타운과의 전쟁을 선포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새마을 지도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정의는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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