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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원유유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흙바닥에 고여 해양오염 가능성 여전
[헤럴드경제=윤정희(울산) 기자]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온산석유화학공단, 바닷가와 인접한 위치에 원유탱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대형 유조선들이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하역하는 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에쓰오일 원유유출 사고 발생 나흘째인 7일. 사고가 발생한 원유탱크로 들어가는 입구는 직원들에 의해 철저히 봉쇄되고 있었다. 폐유처리차량과 방제차량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이곳이 사고현장 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 예상했던 것처럼 냄새가 진동하지는 않았다. 심지어는 인근 바닷가에서 유유히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였다.

울산서 발생한 에쓰오일 원유유출 사고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유출된 원유는 총 14만배럴, 총 40만배럴 가량이 인근 저유탱크로 이송됐으며, 탱크안에는 3만3000배럴이 남은 상태에서 사실상 유출이 멈춘 것. 에쓰오일측은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나 해상오염은 없으며, 원유탱크 균열로 흘러나온 원유는 모두 3m 높이의 방유벽(防油壁) 안에 고여 있어 2~3일 내로 회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탱크와 같은 탱크들을 둘러싸고 있는 방유벽과 바닥. 에쓰오일측은 규정상 바닥이 흙으로 되어있어도 문제없다“고 밝혔으나, 토양으로 흡수돼 바다로 스며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원유유출이 멈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현재까지 방유벽 안에 고여있는 원유가 바다로 스며들어 연안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고가 난 원유탱크는 폭 7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인접해 있는데다 방유벽내의 바닥이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이뤄져 원유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부분 원유탱크를 둘러싼 방유벽은 콘크리트로 설치됐지만 규정상 바닥은 맨땅으로 조성된 경우가 많다”며 “땅속으로 스며든 원유를 한곳으로 모으는 비트가 지중에 설치되어 있어 수시로 차량을 이용해 스며든 원유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침하된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방유벽 안에 고여있는 원유량이 워낙 많아 유압이 높은데다 이미 사흘째 땅위에 고여 있는 원유가 이미 비트로 스며들기 시작해 원유를 수시로 빼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앞으로 유출된 원유의 회수작업은 오로지 펌프와 차량만으로 진행돼 마무리되기까지도 최소 2~3일에서 많게는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침하된 원유가 비트로 회수되지 않고 바다로 스며들 가능성에 대비해 에쓰오일측도 이중, 삼중으로 해상에 오일방제 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투입하는 등 해상오염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유출된 원유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해양을 오염시키기 전에 신속한 수습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기관ㆍ환경단체 등과 공동으로 면밀한 피해조사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날이 밝으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믹서기 회전축 파열로 추정되는 이번 사고가 매우 드문 경우로 명확한 사고원인 분석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유업계에서는 원유가 상하로 분리되는 현상을 막기위해 탱크당 4개의 믹서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작업자의 실수나 특정부품의 결함이 아니라 설비노후로 판명된다면 파장도 예상된다. 현재 대형 석유 저장시설이 밀집한 울산에는 에쓰오일 1000만 배럴을 비롯해 SK에너지 2000만 배럴, 한국석유공사 1350만 배럴, 석유비축기지 650만 배럴 등 총 5000만 배럴의 원유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설이 오래돼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눈으로만 실시하는 안전점검도 뭇매를 맞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측은 사고 탱크의 믹서기 안전점검은 한달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실시했다던 안전점검이 정밀계측에 의한 점검이 아닌 육안 검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일회성 안전점검이나 땜방식 처방이 이번 사고를 불러온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있다.

비록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노후된 시설과 기업들의 미미한 안전의식, 국내 최대 원유 저장시설을 인근에둔 울산시민들의 불안감이 더해가고 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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