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2012년 총선), ‘골든크로스는 이미 지났다’(2012년 대선)
최근 있었던 두번의 대형 선거를 코앞에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엔 언제나 ‘선거 낙관론’이 번졌다. 이유도 다양했다.
2012년 총선.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의 평가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덕분에 ‘정권심판론’이 국민 사이 공공연하며 초대형 환경재난이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국민반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질수 없는 총선’이란 주장도 그래서 나왔다. ‘과반은 따놓은 당상’이란 전망과,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 것도 ‘야당의 과반 의석확보’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럴 듯 했다. 그러나 졌다.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선 후보의 최대 약점을 ‘박정희 후광’이라 판단, 새정치연합은 선거 프레임을 ‘민주 대 독재’로 잡았다. ‘과거 대 미래’란 프레임도 걸었다. 박 후보가 인민혁명당 사건과 관련 ‘두개의 판결이 있다’는 잘못된 발언을 하자 집중 공격했고, 장준하 선생의 ‘타살’ 판단도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대선 코앞에서 미국 타임지가 ‘독재자의 딸(strongman‘s daughter)’이라 박 후보를 설명했을 때에도 야당 측은 ‘호재’라 판단했다. 그러나 졌다. 낙관론 탓이다.
국내에서 전국 단위 선거는 크게 3가지다.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다. 뽑히는 당선자 수로만 보면 대선(1명) 총선(300명) 지방선거(3952명) 등이다. 당선자 수가 가장 많은 선거가 지방선거다. 그만큼 변수도 많고, 예측도 힘들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에선 또다시 ‘낙관론’이 번지고 있다.
큰 가닥으로만 놓고 보면 새정치연합의 지방선거 낙관론의 근거는 ▲야권 통합(민주당+안철수) ▲세월호 사고에 따른 정권 심판론 부상 ▲사상 첫 전국 단위 사전투표 실시 기대감(투표율 상승) 등이다. 하지만 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같은 소재를 근거로 ‘비관론’을 펼 수도 있다.
우선 투표율부터 보자. 새정치연합의 투표율 기대감의 바닥엔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고전적 해석이 깔려있다. 이는 투표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 다수가 투표에 참여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30일 오전부터 사전투표 독려를 위해 선거 현장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가정 위의 가정’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반대 사례가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다. 당시 야권 인사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투표율 70%를 넘으면 염색하겠다, 알몸 댄스를 추겠다 는 등의 각종 공약들을 꺼내놨다. 문재인 후보도 ‘77%를 넘으면 말춤을 추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역대 최고수준의 대선 투표율(75.8%)을 보인 2012년 대선에서 당선자는 박근혜 후보였다. 당시 정치권에선 투표율이 77%를 넘었더라면, 문 후보가 선거에서 지고 울면서 말춤을 췄어야 됐을 것이란 우스개도 나돌았다.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 투표율 상승을 이끈 것은 50대 유권자들이었다. 고전적 해석은 다만 해석일 뿐이었던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로 떨어지자 전략을 바꾼 것이다. 집권 1년여밖에 안된 박 대통령을 상대로 ‘정권심판론’을 꺼내들기 주저하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이를 본격적으로 꺼내든 것은 세월호 변수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여전히 58.4%(경기일보·27~28일 조사)를 기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51.6%)보다 높은 것이다.
여론조사의 함정도 숨어있다. 세월호 사고 뒷 수습과 관련, 정부가 피해자 숫자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여당 지지자들이 드러내놓고 자신의 지지정당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길 꺼려한다는 점이다. 소위 ‘여권의 숨은표’다. 여권 숨은표를 가장 의식하는 캠프는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비교적 큰 격차로 앞서나가고 있는 새정치연합 박원순 시장 캠프 측이다. 박 후보측 대변인 진성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지지자들이 숨은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표는 도드라지는 반면, 여권표는 투표 당일에야 외부로 나올 것”이라 경계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선거 변수는 ‘안철수 신당’이었다. 그러나 3월 2일 통합 발표로 새정치연합측은 야권 내 외부 위협 요소였던 안 의원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당 지지율도 적지 않게 올랐다. 그러나 안 의원은 공동대표가 된 이후 정강 정책에 ‘5·18 삭제 제안’ 논란,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광주시장 선거 전략공천 등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야권의 ‘큰 자산’이라 평가됐던 안 대표는 최근엔 차기 대통령 후보감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문재인 의원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나기보단 안 대표가 가진 ‘참신성’만 잠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당 지지율도 문제다. 비교적 큰 선거인 서울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후보 경쟁력으로 선거 승리를 한다 치더라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결국 당지지율로 수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39%), 새정치민주연합(25%) 통합진보당(2%) 정의당(2%) 등 순이었다. 지지정당 없음은 31% 가량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대선에서 진 후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강조했다. 한국의 유권자 분포가 배경이다. 지역적으론 영남의 인구가 호남의 2배 가량 되고, 연령별로도 50대 이상 유권자 수가 많아지는 ‘유권자 고령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야당의 선거 승리는 쉽지 않다는 것이 운동장론의 골격이다. 꽤 타당한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정확히는 세월호 사고 이후 새정치연합 내에서 더이상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얘기하는 인사들은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정확히 대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낙관론’이다. 영호남의 인구 분포, 유권자들의 연령 분포, 50%를 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등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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