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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만에 집이 팔렸다”…얼어붙은 주택시장에 崔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직장인 K씨는 지난 2007년 남양주 진접지구의 이른바 로얄층(13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K씨가 계약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2억6000만원대였다.

당시 치열한 청약 경쟁 끝에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K씨는 한때 프리미엄이 5000만원까지 붙자 행복한 단꿈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K씨의 단꿈은 악몽이 돼 버렸다.

대출을 최대 한도로 받았고 대출 이자도 5%를 넘어 K씨는 매월 대출금 이자만 100만원 이상 내야 했다. 부동산 장기 침체에 이어 올해 수도권 분양 물량이 2000년대 들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자 K씨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신규 물량이 수만여채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자신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과연 누가 사러 오겠냐는 회의까지 들 정도였다.

결국 K씨는 분양가보다 약 5000만원 낮춰 급매로 내놨다.

K씨는 “분양가를 5000만원 낮추고 그동안 이자로 나간 돈, 세금 등도 따지면 손해가 족히 1억원에 육박한다”며 “그러나 이런 상태로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손해를 보더라도 정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지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그러나 시장 상황은 심각했다. 분양가에서 5000만원을 내렸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이조차 없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개점휴업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집을 보러 온 사람 중 하나가 즉시 계약하겠다는 의사까지 통보해 왔다. K씨는 지난 주말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자를 만난 그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의 ‘약발’이 나타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서울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은 매수자가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LTV, DTI 완화로 최대 한도의 대출을 받아 겨우 매매를 결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K씨는 아직도 “내가 과연 1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집을 판 게 잘 한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이번에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최경환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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