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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에 충격 “이럴 수가…”
담뱃값 인상안 발표후…골초 본지기자, 금연클리닉 도전기
하루 흡연량 · 습관 등 성향 조사
“금연껌 · 금연보조제등 처방…“이참에 끊어보자”굳게 결심
노원 · 강남 · 도봉구 등 보건소 북새통…하루 50여통 전화상담도 봇물



담뱃값 인상 소식은 기자로 하여금 금연클리닉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담뱃세 인상 목적이 세수 증대 아니냐는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렇잖아도 평소 “담배를 끊을까” 생각하던 차였다. 돈도 돈이지만, 평소의 결심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안 발표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차라리 잘 됐다. 아예 이참에 끊어보자”는 일부 대중심리에 기자도 동했을까. 

금연클리닉을 찾은 이는 기자만은 아니었다. 하루종일 담뱃값 인상 이슈로 뜨거웠던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도봉구 등 서울시내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금연 상담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송파구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금연클리닉 운영시간과 클리닉에 가면 뭘 해주는지 등을 묻는 상담전화가 많았고, 클리닉 등록을 위해 찾아온 구민들이 오늘은 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본지 배두헌 기자가 노원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등록을 한 후 금연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 있다.

기자는 금연클리닉 취재와 동시에 담배를 끊고자 이날 오후 노원구 보건소를 찾았다. 노원구 보건소는 전국 최초로 30만원의 금연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다.

금연클리닉실로 들어가자 비좁은 공간에는 다섯 명의 금연상담사가 앉아 있었고 첫 등록, 재방문 등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호사 출신의 금연상담사 이혜수(27) 씨는 “원래 명절 등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이면 금연클리닉을 찾는 분이 많긴 하다”며 “그런데 오늘은 담뱃값 인상 소식 때문인지 상담 전화만 50통 넘게 받을 정도로 유난히 더 바쁘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자가 노원구민이 아닌데 클리닉 등록이 가능한지를 묻자 “주민등록 주소지 관할의 보건소가 아니더라도 어느 보건소를 가든지 똑같은 금연클리닉 이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금연 인센티브 제도는 노원구 금연구역 위반 과태료 등을 재원으로 하기에 노원구민만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8월 인센티브제 시행 이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 방문자가 다른 보건소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금연클리닉 등록카드와 니코틴 의존도 평가 설문을 작성하고 상담사에게 건내자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이 씨는 기자가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비수, 피우는 담배의 니코틴 함량, 언제가 담배 맛이 가장 좋은지 등 기자의 흡연 습관과 성향을 면밀히 따졌다. 또 체내 일산화탄소 등을 측정하고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날카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리기 시작했다.

전문 상담사의 공감과 조언을 받으니 “금연시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 의지로 끊으려 할 때보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어 금연보조제, 금연껌 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손 지압기와 금연안내 소책자 등을 선물로 받았다.

2차 방문 일정은 일주일 뒤인 오는 19일. ‘이번엔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상담이었다.

경력 6년차의 베테랑 금연상담사 김정경(47) 씨는 “흡연자분들이 클리닉에 등록을 하고서 금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가 좋은 말로 하면 대부분 실패하신다”며 “결국 야단도 치고 싫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때 마음이 좋지 않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김 씨는 “예전엔 폐암 진단을 받고 클리닉을 찾는 분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방광암, 혈액암 등 다양한 암을 진단받고 오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본인이 금연 의지를 갖고 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금연 도전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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