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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나 외로웠으면…“명절 찾아주는 이 없어” 독거노인 자살 시도, 설득 끝에 병원행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추석 연휴 동안 가족들이 자신을 찾지 않은 것에 비관하던 한 독거노인이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17일 서울 강서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틀 뒤인 지난 12일 오전 9시36분께 119로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이웃 노인이 손목을 그어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접수한 신월119안전센터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확인 결과 A(76) 씨는 손목을 세 군데나 그어 거의 탈진한 상태로 간이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와 방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러나 A 씨 “이대로 죽겠다”고 고집했다. 119구조대원들의 응급치료도 완강히 거부하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119의 지원 요청에 강서경찰서 소속 곰달래지구대 박효희(52) 경위와 김영락 경위가 현장에 도착했다.

박 경위는 A 씨 곁에 앉아 설득을 거듭했다.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가족들 생각하시고 마음 약하게 먹으면 안됩니다. 상태가 안 좋으니까 꼭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말이 없던 A 씨는 10여분 뒤 한숨을 쉬며 “추석인데 자식들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이런 내가 살아서 뭐하겠나”라며 한탄했다. A 씨는 결국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를 구급차에 실으면서 박 경위는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A 씨 휴대폰을 열고 연락처를 검색했다.

박 경위가 ‘큰며느리’라고 저장된 번호에 전화를 넣었더니 낯선 사람이 받았다. “최근 번호를 바꿨는데 그런 사람 아니다”고 했다. A 씨는 며느리 전화번호가 바뀐 줄 몰랐던 것이다. 이어 ‘작은며느리’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했다. 상대편은 박 경위가 A 씨 이름을 말하자마자,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박 경위는 ‘큰형’에게 전화를 해서야 겨우 “병원에 가보겠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 경위는 “집안 다른 곳을 살펴보니 군데군데 오래된 핏자국이 있어 전에도 자해를 여러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A 씨는 혼자 살며 폐지줍는 일 등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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