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관피아 없는 금융권은‘政피아 천국’
정치권 출신, 감사·사외이사 포진
김영환·김기식 의원 제출 자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관피아’(관료 출신)가 떠난 금융권 산하기관 요직을 ‘정피아’(정치인 출신)가 채우고 있다.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음은 물론이다. 단지 연줄을 타고 처우가 좋다는 감사ㆍ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움직임에 정피아가 득세한 셈이다.

15일 김영환ㆍ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IBK)과 계열사에는 ‘정피아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권 출신 감사와 사외이사가 대거 포진했다.

양종오 IBK캐피탈 감사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몸 담았다. 기업은행의 조용 사외이사는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 한미숙 사외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이사 출신이다.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 등을 지냈다.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는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을 맡았다. 박대해 기술보증기금(기보) 감사는 친박연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강석진 기보 상임이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출신이다. 조동회 서울보증보험 감사는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권영상 한국거래소 감사는 2007년 대선에서 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을 각각 지냈다. 다른 정피아와 마찬가지로 역시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다.

코스콤엔 청와대 출신이 줄줄이 자리를 잡았다. 김상욱 코스콤 감사는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이며 최형규 사외이사도 대통령 경호실 부이사관을 지냈다.

예금보험공사(예보) 감사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제풍씨다. 예보는 또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후원회의 회계책임자 출신인 최성수씨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정송학 자산관리공사 감사는 서울 광진구청장을 지내고 2012년 새누리당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예보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신임 감사로 2012년 총선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를 선임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의 감사는 2012년 총선에 출마했던 이창원씨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은행의 박판도 감사는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이다. 박원구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민생경제위원을 역임했고, 권영준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경남선거대책위원회에 몸 담았다.

황윤원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관피아는 공직윤리가 흔들릴 때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전문성은 있다”며 “정피아는 전문성도 없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해 관피아보다 더 해롭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