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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셀럽] 애플 ‘팀 쿡’, ‘핑크실링’(pink ceiling) 깨는 선구자?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동성애자(게이)임을 스스로 공개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커밍아웃’이 갈수록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전 민주당 하원의원인 바니 프랭크, 미국 배우 조디 포스터, 유명 앵커인 앤더슨 쿠퍼, 가수인 리키 마틴 등 유명 인사들의 ‘커밍아웃’은 많았다.

다만 이들이 성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데 일조하기는 했으나 팀 쿡만큼의 세계적인 반향은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무엇보다 팀 쿡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라는 게 가장 다른 점이다. 억만장자 중에도 몇 명의 동성애자가 있지만 그들은 상속자이거나 오너이다. 연예인 등은 커밍아웃을 하면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우 회사 이미지 훼손은 물론, 본인이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조직내에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어 사실상 금기시됐다. 실제 미국 포천 500대 대기업 CEO 중 쿡과 같은 사례는 없다. 동성애자가 없다기보다는, 보수적 기업문화 속에 그처럼 용기를 갖고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잡스의 경우 그를 영입할 때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잡스는 팀 쿡의 개인적인 성정체성에 대한 존중은 해주지만 커밍아웃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다. 

쿡의 커밍아웃 이후 앞으로 보수적 분위기의 기업CEO들에게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팀쿡이 사내 리스크를 무릅쓰고 동성애를 선언하면서 ‘유리 천장’(glass ceiling)에 빗대서 나온 ‘핑크 실링’(pink ceiling)을 깨는 획기적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이를 계기로 여성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완화될 경우 팀 쿡은 핑크 실링을 깨는 선구자로 세월을 두고 존경받을 수도 있다.

독일의 도이체빌레는 3일(한국시간) 인터넷판에서 “아직도 많은 회사 고위 인사들은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다. 회사는 성적 지향에 열려있는 경영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의 커밍아웃은 “한 단계 큰 진보”라는 게 핵심이다.

이에앞서 쿡은 지난 6월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사인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성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애플의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렌스젠더) 직원 격려차 참가한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그는 성소수자 및 이들을 지지하는 4000여명의 성소수자 직원들이 맞춘 단체복을 함께 입고 나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11년엔 실리콘밸리의 가십사이트인 ‘고커(GAWKER)’가 팀 쿡이 차기 CEO로 거론될 때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게이 전문 잡지인 ‘아웃(OUT)’은 2013년 성소수자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LGBT 파워리스트 50위’에서 쿡을 1위에 올렸다.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그가 커밍아웃을 선언하면서 제 2, 제 3의 팀 쿡이 나올 수도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선임 부사장은 그에게 보낸 트윗에서 “정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쿡의 커밍아웃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갈채를 보냈다.

쿡은 이와 관련 기고문을 통해 “나 스스로 운동권 활동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부터 얼마나 혜택을 입었는지는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쿡과 같은 CEO 외에 슈퍼리치 중엔 드림웍스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게펀, 하얏트 호텔을 소유한 미국 프리츠커가의 상속자인 제임스 프리츠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시엘이 대표적인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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