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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제3부 전원일기 <38> 전원의 11월, 가는 가을과 오는 겨울이 만나는 순수와 인고의 계절
11월이 되면 전원의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간다. 가을까지 왁자지껄하던 자연은 서서히 동면에 들어간다. 하순께는 낙엽을 떨군 나무들이 하얀 눈꽃을 피운다. 첫눈이다. 순백 보다 더 아름다운 색이 있을까. 흰 눈은 인간들의 충혈된 눈마저도 순간 하얗게 변화시키는 마법을 지닌 듯하다. 하얀 눈꽃을 피운 나무 위로 펼쳐지는 겨울하늘은 너무나도 깨끗하다. 저물어가는 황금빛 석양은 냉랭한 주변 풍경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산골 겨울의 시작, 그리고 첫눈의 추억

11월7일은 절기상 입동(立冬)이다. 말 그대로 겨울이 다가왔다는 뜻. 남녘에선 가지 않으려는 가을과 밀어 내려는 겨울이 서로 다투는 시기이지만, 강원도 산골에서는 이미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도래했음을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의 2014년 11월 아침기온은 벌써 몇 차례나 영하 8도로 곤두박질쳤다.

11월의 전원풍경(홍천강 하류)

입동에 이어 보름 뒤인 22일은 소설(小雪)이다. 첫눈이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며 기온이 급강하하는 때다. 몸이 저절로 움츠려든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조상들은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소담한 집에서 창밖을 통해 온 세상을 순백으로 물들이며 사뿐사뿐 내려앉는 첫 눈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도시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전원생활의 백미 중 하나다.

하지만 산골에서는 흰 눈이 전해주는 이런 낭만적 즐거움 뒤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백색의 공포’가 있다. 적당히 내리는 눈은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고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그 정도를 넘어서 쌓이게 되면 애물단지로 변한다. 천막차고나 천막창고, 비닐하우스, 집 지붕 위에 한 뼘, 두 뼘, 세 뼘 눈이 자꾸 쌓이면 낭만은 사라지고 눈 폭탄에 대한 걱정만 가득 찬다. 눈길차량 사고는 그중 최악이다. 

11월의 저녁 풍경

지난 2010년 11월 마지막 주말(27일), 필자 가족은 전원생활 첫해 첫겨울에 첫눈을 맞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꽃송이를 바라보는 그 느낌은 차라리 감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눈이 계속 집 지붕과 천막차고, 마당에 쌓여가자 폭설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인근 면사무소 소재지 철물점에 가서 여러 가지 제설도구를 샀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와중에 좁은 내리막 시골길 위로 쌓인 눈에 차가 미끄러져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차는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천만다행으로 필자는 터럭하나 다치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 천사의 도우심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산골의 겨울 생활은 얼핏 낭만처럼 보일지 몰라도 엄연한 현실이요, 인내의 시간이다. 산골의 겨울은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무려 5달이나 된다. 동장군의 심술이 길어지면 이듬해 4월까지도 춥다. 귀농·귀촌인이 시골로 내려와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초기 2~3년은 힘든 겨우살이를 각오해야 한다. 사실 군대식 극기 훈련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불편하고 힘든 겨울을 극복해내고 오히려 즐길 줄 알아야 진짜 자연인이 될 수 있다.

#무, 배추 등 김장과 저장…겨울농사도 진행형

이 맘 때면 가을걷이를 끝내고 농사 뒷정리를 하느라 분주하지만, 한편에서는 겨울농사가 진행된다. 10월에 심은 밀, 보리. 마늘. 양파 밭에 두텁게 검불을 덮어 겨울을 이겨내게 도와준다. 땅 얼기 전에 땅 녹을 때를 대비하여 부추 밭에 재를 얹어주고 쪽파 밭에 거름도 뿌려준다. 

가을걷이 후 비닐하우스 설치 모습

10월 하순부터 입동 전후 기간까지는,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고 남은 것은 이듬해 봄까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한다. 무는 밑동을 바싹 잘라 땅 속에 묻은 항아리 등에 넣어 보관한다. 이때 자른 무청으로는 시래기 엮어 말려 뜨끈뜨끈한 시래기 국과 반찬으로 겨우내 먹는다. 배추도 남은 것은 저장해 보관한다. 김장하면서 추려낸 겉잎도 알뜰살뜰 모아서 우거지 국과 반찬을 해 먹는다.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무와 배추는 겨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는 얼면 못 먹게 된다. 반면, 배추는 한두 번 정도 언다고 해도 겉잎만 상할 뿐 먹는 데는 이상이 없다. 늙은 호박은 사람이 사는 집 안에 들여놓는다. 고구마는 영상 8~10도 이상의 따뜻한 곳을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습도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겨울 마늘 농사(경북 의성)

집안의 빈 공간은 수확한 농산물의 저장시설로 활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안 곳곳마다 한 겨울에 어느 정도 온도까지 내려가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작물을 저장 보관해야 땀 흘려 농사지은 수확물을 내다버리지 않게 된다.

배추 저장법은 뿌리 채 뽑아 한 포기씩 신문지로 돌돌 만다. 누이면 바닥에 닿는 면이 먼저 상하니 골판지 상자에 세워 담아 보관하면 좋다. 한겨울에도 얼지 않으면서 쥐 타지 않는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무는 무청이 달린 밑을 칼로 바싹 자른다. 무청은 공기와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린다. 양이 많으면 하우스에 차광막을 친 뒤에 안에다 매달아 말린다. 무를 저장할 때는 얼거나 바람이 들지 않아야 한다. 한 방법을 예로 들자면, 커다란 항아리에 두툼한 김장비닐을 먼저 넣은 뒤 그 속에 바로 뽑은 무를 넣고 비닐을 꼭 조인 다음 항아리 뚜껑을 닫는다. 이때 볏짚이나 헌 이불 등으로 보온을 해준다.

감자는 습도가 유지되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저장 보관해야 한다. 조금만 따뜻해도 싹이 무성하게 올라온다. 심지어 감자 싹은 골판지 박스 안에 켜켜이 깔아 놓은 신문지를 뚫고 올라올 정도다.

한편, 겨우내 수확해도 되는 작물이 있다. 돼지감자(뚱딴지)가 바로 그것. 돼지감자는 당뇨, 고혈압 등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게 썰어 말려 볶은 뒤에 차로 내어 먹으면 좋다. 돼지감자 수확은 땅콩처럼 그냥 줄기를 잡아 뽑으면 주렁주렁 딸려 나온다. 나머지는 그냥 내버려두면 내년 봄에 또다시 무성하게 번진다. 잎과 줄기, 꽃은 천연 살충제로도 쓰인다.

눈꽃을 피운 나무가지

#농촌생활의 지혜 ‘아는 만큼 절약된다’

전원생활시 대개는 주택용 전기와 농사용 전기를 함께 사용한다. 이 때 농사용 전기의 경우 계약전력(기본요금) 단위를 꼭 확인해 필요이상으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 바로 잡는다. 기본요금을 아낄 수 있다.

계약전력이 1이면 한 달 사용가능한 전력량은 450kw이다. 따라서 계약전력이 5라면 2,250kw(450×5)까지 쓸 수 있다. 농사용 전기는 계약전력이 기본요금이 된다. 계약전력 1의 기본요금은 1,130원이다. 계약전력 5라면 5,650원(5×1,130원)이 된다.

필자의 경우 귀농한지 5년째인 지금까지 한 달 농업용 전기 사용량이 450kw를 넘은 적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계약전력 2만 해도 충분하지만, 향후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계약전력을 기존 5에서 3으로 바꿨다. 기본요금이 매달 2,260원씩 절약된다.

농민(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업인)은 또한 반값의 면세유를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농기계의 허위신고 및 면세유류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 홀수연도에 농업인이 보유하고 있는 면세유 공급대상 농기계를 재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 대상자는 농업인,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으로, 신고대상 농기계는 예초기, 관리기, 트랙터, 경운기 등 42개 기종이다.

홀수 해 11월 재신고 기간은 말 그대로 기존 농협에 등록되어 있는 농기계에 대한 재신고이다. 만약 새 농기계를 사계 되면 즉시 단위농협에 등록해 면세유를 공급받을 수 있다.

시골생활에 꼭 필요한 제2의 공간인 비닐하우스 설치에는 보조금이 지원된다. 필자도 지난 2013년 11월 비닐하우스 한 동(1983㎡=60평 규모)을 보조금 지원(50%)을 받아 설치했다. 보조금 지급 사업은 사후 정산방식이다. 미리 자기자금으로 하우스를 짓고, 관련 증빙 서류를 준비해 지자체에 신청하면 50%를 통장으로 입금해준다.

보조금 신청 자료는 △시공계약서와 농자재 구매공급 계약서 △세금계산서와 세부 견적서 △보조금을 지급받는 계좌번호 △시공 관련 사진(터 정지작업-시공 작업-완공된 모습) 등 이다.

매년 11월 말께는 이듬해 농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비료(퇴비)를 읍·면사무소에 신청하도록 한다. 유기질비료와 퇴비 등에 보조금(국비, 도비, 군비)이 지원된다.

어떤 퇴비를 어떤 회사 제품으로 얼마나 신청할지 개인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단위농협을 통해 대개 마을 단위로 퇴비의 종류를 통일하는 곳이 많다.

보조금 지원 대상 비료의 종류는 유기질비료 3종과 부산물비료 2종으로 2014년의 경우 1포에 유기질 2,000원, 가축분 퇴비 1등급 1,800원, 2등급 1,600원, 3등급 1,300원의 보조금이 지원되었다. 일반퇴비(식물)는 1등급 1,600원, 2등급 1,400원, 3등급 1,100원이 각각 보조되었다. 나머지는 자부담이다. 귀농인은 물론 나중에 농업인의 자격을 갖춘 귀촌인도 이런 농민에 대한 각종 지원혜택을 확인해 스스로 챙겨야 한다. 그만큼 시골생활에 따른 비용이 절감된다.

(전원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박인호 전원 칼
럼리스트>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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