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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차 남북 지도자 朴과 金, 밀당 시작됐다
[헤럴드경제=김상수기자]새해벽두부터 남북 두 지도자가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주고받은 신년사 속에 남북 회담이 전면에 등장했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두 정상의 ‘신년사 정치’이다.

두 정상 모두 반갑게 손은 내밀었지만, 물밑 계산은 냉정하다. 통일은 물론,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하는 데에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나이 차는 30년에 이른다. 경험한 시대, 환경이 다르고 역사적 배경도 다르다.

현대사의 부침을 함께 겪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ㆍ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관계와도 다르다.

수십년의 세대 차와 복잡한 남북관계의 난제를 딛고 두 정상이 어떤 결과물을 이뤄낼지, 두 지도자의 치열한 ‘밀당’이 시작됐다. 

▶두 지도자의 신년사, 일단 통일로 통(通)했다=남북 분단 70년이 남북 두 정상을 움직였다. 올해는 남북이 갈라선 지 70년이 되는 해다. 박 대통령에 이어 김 제1위원장도 신년사로 남북 관계를 언급했다. 김 제1위원장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등 최고위급회담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밖에 “무의미한 언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북남 사이에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등 남북 관계를 끊임없이 언급했다. 전체 신년사 육성연설의 5분의 1이 남북관계였다. ‘통일’이란 단어를 18번이나 사용했다.

앞서 박 대통령 역시 신년사를 통해 통일을 강조했다.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겠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뒤이어 북한이 신년사를 발표한 이후에도 정부는 신속하게 화답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 모두 마치 새해가 밝기만 기다렸다는 듯 핑크빛 발언을 쏟아냈다.

▶손은 내밀었지만…, 맞잡기까진 갈길 멀어=일단 두 정상 모두 손을 내미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손을 맞잡으려면 여전히 걸림돌이 적지 않다. ‘오른손’을 내밀 때 ‘왼손’을 내밀면서 결국 맞잡지 못한 과거 전례가 수두룩하다. 워낙 민감한 남북 관계이기에 하나의 변수로도 전체 판이 틀어질 수 있다.

일단 김 제1위원장은 체제 부정은 안 된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신년사를 통해 “상대방의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등한 조건에서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이 ‘흡수통일론’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대북 정책 방향을 재검토할지 주목된다.

핵문제도 걸림돌이다. 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 억제력’, ‘병진노선’을 재차 강조했다. 핵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건설과 핵무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비핵화가 남북회담 및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었는데, 결국 양 정상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주변국의 반응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다.

인권문제도 여전한 북한의 강한 불만 사안이다. 신년사에서 김 제1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 밖에도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개성공단 내 남측 민간인 신변 문제, 삐라 살포 재개 등도 중요한 변수다.

게다가 오는 2월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 “대규모 전쟁연습 속에선 신의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북한의 일관된 입장. 훈련을 취소하지 않는 한 2월까지 두달 남짓 남은 시간이 남북 정상에겐 모두 압박이다. 그전까지 진전된 성과가 없다면 자칫 군사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냉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작은 통일론’, 시험대에 오르다=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할 수 있는 과제부터 해결하자는 ‘작은 통일론’을 주장해왔다. 올해 남북 정상의 의지가 모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작은 통일론’이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오른다. 북한이 체제유지에 민감하고, 박근혜 정부 역시 올해 국정 성과의 주요 과제를 남북관계 개선으로 잡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진행하는 게 남북 정상 모두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정부가 내년 실시할 예정인 ‘개성공단 모자(母子) 보건시범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식품지원, 의료시설 개선, 탁아소 확대 등의 사업이 검토될 예정이다. 그밖에 문화 교류 사업, 합동 유산발굴, 이산가족상봉 등이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어낼 ‘마중물’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체 일정이 언제쯤 거론될 지도 관심사다. 오는 12일 전후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 남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를 제안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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