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북한 등 주변국도 각자 나름의 계산이 담긴 외교전에 돌입했다. 테러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같지만, 그 뒤에 담긴 셈법은 다르다.
▶굳건한 동맹 메시지, 한미 양국 발 빠른 대처=사건 발생 직후 한미 양국의 대처는 민첩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지만 신속하게 의견을 조율했다.
주미 한국대사와 대사관 공사 등이 미국에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와 만나 의견을 조율했고, 한국에선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이 주한 미대사관 측과 수차례 접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미 양국이 대외적으로 공동 메시지를 함께 잘 관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후 양국 정부에서 나오는 입장엔 이견이 없었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테러로 규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조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의지도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충격을 금치 못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특히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대사에 자행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분별없는 폭력 행위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양국 대통령도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지 이해된다”며 “이런 폭력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엄정히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리퍼트 대사에게 가족의 안부와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셔먼 차관 발언 파장 극복 계기되나=사건 직후 한미 양국이 밝힌 메시지에는 ▷테러 규정 ▷한미동맹 굳건 ▷위로와 감사가 공통으로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을 극단주의자 개인의 테러로 규정하고, 한미 양국이 합심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메시지이다.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 규정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공격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한미동맹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 발언 이후 양국 간 외교관계에 의문이 제기된 때에, 이 사건이 한미동맹의 굳건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어떤 면에선 이 사건이 한미 양국 외교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도 한미동맹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 사건이 공격자의 의도와 달리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이 사건이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며, 오히려 양국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토머스 허바드 등 전직 미 대사들도 “이 사건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아 주변국도 초미 관심=일본은 테러를 비판하면서도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력에 내심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고 비난한 뒤 “한국 일본 대사관에 체류 중인 일본인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에도 경비 강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단발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유사한 사례가 일본 대사관에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단발사건으로 최소화하려는 우리 정부와 미묘한 차이가 읽힌다.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이 한미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한미 관계와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정의의 칼 세례”라 단정하며 노골적으로 이 사건을 반미 구도로 몰아갔다. 조선중앙통신은 사건 직후 신속하게 논평을 발표하며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사건 본질을 왜곡 날조하는 데에 심히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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