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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김영란법 ‘숨은 뇌관’ 이해충돌방지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정치권이 4월 임시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 영역이라는 김영란법의 ‘숨은 뇌관’을 다룰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 통과 이틀만에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된 가운데 이해충돌방지 영역을 잘못 건드릴 경우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영란법을 처리하며 이해충돌방지 영역을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조항만 담은 김영란법을 분리 입법했다. 이에 정무위 여야 간사는 이해충돌방지 영역을 4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는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안과 김기식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와 4촌 이내의 친족이 직무관련자인 경우 해당 공직자는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돼 있다. 이 법리대로라면 업무상 광범위한 분야를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가족은 사실상 어떤 직업도 갖기 어렵게 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 만큼 국회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처리 과정을 보면 졸속처리에 대한 불안감도 높다. ‘과잉입법’과 ‘위헌소지’ 논란에도 김영란법은 2월 임시국회의 막차를 탔고 졸속 처리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은 ‘위헌성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여론에 등 떠밀려 김영란법을 통과시켰음을 자인한 셈이다.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엔 ‘벤츠 여검사’로 상징되는 공직자들의 해묵은 부정부패가 있었다. 하지만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의 사각에 국민은 분노했다. 그리고 김영란법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영란법 ‘반대 의견’은 ‘반개혁’이 됐다. ‘신중 검토’는 ‘시간 끌기’의 다른 이름이 되고 ‘수정론’은 ‘후퇴한 입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론의 압박에 김영란법은 누더기 법안으로 졸속처리되고 말았다.

이해충돌방지 영역의 국회 처리는 요원해보이다가도 여론의 부담을 느낄 경우 ‘급행 열차’를 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게 내용이다. 대한변협은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을 언론사로 확대한 것을 두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부정청탁 개념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며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 역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성 여부를 가려달라고 했다.

부정부패 근절이란 시대정신엔 누구가 공감한다. 하지만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김영란법의 무리한 적용으로 사회적 피로감이 커질 경우 개혁에 대한 반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국회는 이해충돌방지 영역을 논의하며 무엇보다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 과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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