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ㆍ문, 2시간 차로 리퍼트 대사 잇따라 병문안
피습 정국 속 여야 신경전 가열
여, 사건 배후 규멍 강조-야, ‘종북 몰이’ 경계 속 북한 태도 규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8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병문안 했다. 이날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병문안에 나선 여야 대표는 한 목소리로 “대사의 의연함에 감동했다”고 위로의 인사를 건넸지만 이른바 ‘피습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번 피습을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저지른 사건으로 규정한 여권은 배후 세력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피습 정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이 야권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차단하며 내주부터 시작될 장관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표, 2시간 차로 나란히 병문안=김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15분가량 병실을 찾아 “바로 오고 싶었지만 회복된 뒤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해 늦게 오게 됐다”며 “대사의 의연함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민은 미국이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한다”라며 “(해외 순방으로) 외국에 계신 대통령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대신 안부를 전했다.
문 대표도 이날 오후 1시께 전병헌 최고위원 등 당 소속 의원들과 20여분간 병실을 찾아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자칫 손상될 수 있었던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발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與 “종북 숙주” 공세-野 “비겁한 정치 행태” 비난=여야 대표 모두 병문안 일정 내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지만 피습 정국 속 여야의 신경전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피습 사건의 배후와 종북 세력의 연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번 사건 피의자인 김기종 씨와 교류한 정황을 근거로 야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8일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김기종 씨가 어엿한 시민 운동가로 행세한 데는 야당 의원들과의 교류가 한 몫했다”며 “야당이 종북과 손잡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위헌 정당 통합진보당이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도 야권의 ‘묻지마 연대’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또 “‘종북 몰이’ 운운하며 역 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다. 정치적 이용 말라며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새정치연합이 ‘종북 숙주’에 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밝혔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크게 반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제1야당이 종북 숙주이면 야당과 늘 국정을 놓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자신들의 정체는 무엇이냐”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선거가 다가오자 이런 구시대적인 ‘막말 종북 몰이’로 표를 얻어 보려고 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정치 행태”라고 반박했다.
정부여당이 이번 피습 사건의 배후 규명을 강조하고 검찰이 30여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하면서 ‘피습정국’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란법 위헌 논란과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설치 법안(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부결 등으로 역풍을 맞았던 새누리당은 피습 정국을 계기로 여론 전환을 시도할 것로 전망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종북 몰이로 번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8일 기자들과 만나 “테러리즘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돼선 안 된다”면서 “이 사건을 종북세력에 의한 것으로 (규정해) 정치에 악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내놓고 있는 반응이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북한의 태도가) 북미관계에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남북관계조차도 경색 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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