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첫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공언대로 보따리가 꽤 풍성하다는 평가다. 중동 지역과 심리ㆍ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정치ㆍ경제적 협력의 발판을 마련해서다.
이런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내치(內治)에서의 탄력도 청와대는 기대하는 눈치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처리, 김영란법 위헌 논란 등 산적한 현안을 박 대통령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韓과 중동 4개국, ‘기여ㆍ보완ㆍ소통’ 관계 구축=박 대통령은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UAEㆍ카타르 순방에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총 44건의 경제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건수도 많지만 협력의 범위를 기존 에너지ㆍ건설에서 금융투자ㆍIT창조경제 등으로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16명의 경제사절단이 수행한 이번 순방을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계약 체결이 예상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중동국가는 석유 이외의 분야에서 발전을 원하고, 한국은 이를 충족시킬 기술을 갖고 있어 상호 보완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사우디와는 우리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 전수를 위한 MOU를 맺었다. UAE와는 시장 규모가 크게 불어나고 있는 할랄(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총칭) 식품 관련 정보공유 및 인증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해 할랄식품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보건ㆍ의료분야에서도 이번 순방국가들은 한국의 병원ㆍ건강검진센터 운영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문화분야 소통을 위해선 우리 정부와 UAE가 한국문화원을 아부다비에 설립키로 해 문화교류를 확대키로 했다.
일부는 MOU 체결로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순방국 정상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은 확인했다. 쿠웨이트의 사바 국왕 등은 정상회담에서 “MOU체결 뿐만 아니라 이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합의사항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중동=먼나라’라는 인식을 걷어낼 또 다른 성과로는 일부 순방국의 입ㆍ출국 간소화 등이 꼽힌다. 쿠웨이트는 11달러에 달하는 입국사증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고, 운전면허 상호 인정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한 국가도 쿠웨이트와 UAE다.
▶이달 중순 여야 대표 만남 등 현안 산적= 세일즈 외교의 성과는 많지만 국내 현안에선 난제에 맞닥뜨려야 한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으로 한미 동맹엔 ‘이상없음’을 재차 확인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순방 중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위로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위헌논란이 불거진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에 더해 공무원연금개혁,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에 대해 조속한 타협을 당부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달 중순께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각종 국정과제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으로, 이 때가 정국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박 대통령의 귀국 당일인 9일부터 ‘2ㆍ17 개각’에서 발표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돼 일부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의 문제가 정치 쟁점화할 경우 야권과의 우호적인 관계 설정은 힘들어질 수 있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