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3월 1~9일) ‘후일담’ 전파가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5부 요인(국회의장ㆍ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ㆍ중앙선거관리위원장ㆍ국무총리) 대상의 첫 순방 성과 설명회를 갖는 데 이어 17일로 예정된 여야 대표 3자 회동에서도 이 사안이 주요 안건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카타르 도하에서 귀국길에 올라 전용기안 기자간담회를 통해 순방 성과를 간략하게 브리핑한 것을 포함하면 3차례나 순방 ‘후(後) 토크(talk)’에 나서는 것이다.
그는 당분간 주요 회의ㆍ행사에서도 ‘중동에서의 일’과 후속 대책을 언급할 가능성이 커 3월은 ‘중동의 달’이라 해도 될 법하다.
속내는 뭘까. ‘현장을 뛰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각인이 우선 꼽힌다. 우울한 지표가 쏟아지는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날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알리고 또 알려라”…작년 11월 APECㆍG20 때부터 달라진 朴=박근혜 대통령은 중동에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이번에 떠날 적에 ‘중동 제2의 붐’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 순방을 다니면서 그것이 참 현실화되고 있는 생각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중동 경제인과 우리 중소ㆍ중견기업의 사업 매칭, 신재생에너지ㆍICT(정보통신기술)ㆍ정보보안 등의 분야에서 44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 심화의 씨앗을 뿌린 데 대한 만족감이 깔렸다. 무엇보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중요한 중동외교에서 이번에 만난 4개국 정상들과 친분쌓기가 ‘중동 붐’의 자산이 될 것이란 확신을 박 대통령은 한 걸로 보인다.
그가 5부 요인 등에게 순방 성과를 설명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5부 요인 대상으로 순방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는 처음”이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작년 12월, ‘순방 뒤 관련 내용을 3부 혹은 5부 요인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이며, 큰 소통의 자리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순방성과 알리기 행보는 작년 11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ㆍ중국 베이징 개최)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호주)를 다녀온 뒤 본격화했다. 이 때부터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정치권에 경제살리기 협조를 당부했다.
이전 순방에선 경제사절단 대상의 성과 공유ㆍ토론회만 있었다. 호주에서 귀국할 때 전용기안 기자간담회를 처음 열었고, 이게 이번 중동 순방에서도 재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기내 간담회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은 걸로 파악한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도 홍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 도약의 희망 메시지 전파=일각에선 순방 성과의 ‘반복 재생’을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MOU만으로는 성과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게 주요 논거다. 하지만 재계의 평가는 후하다. 올들어 수출이 감소하고, 성장률 전망이 잇달아 낮아지는 등 국내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으려 뛰는 모습까지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중동 순방에서 현지 기업과 1대 1 상담회를 통해 계약을 따낸 중소ㆍ중견기업이 많아 고무돼 있다는 얘길 듣고 있다”며 “사방에서 안 좋은 소식만 들리는 요즘 이렇게라도 희망의 줄기를 보면 힘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