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일정에는 민생 현장 및 기업 방문, 경제 현안 관련 간담회나 토론회가 매일 빠지지 않고 포함됩니다. 사실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제1 야당이 ‘정치 정당’이 아닌 ‘경제 정당’을 내세우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제1 야당이 가져야 할 ‘야성’이 경제 보다는 정치적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녹록치 않아진 요즘 같은 때에 야당이든 여당이든 더이상 팔자 좋게 정치만 외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먼저 ‘경제정당’의 프레임을 꿰찬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당 내에서도 계파를 막론하고 “콘셉트를 잘 잡았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표가 취임 직후인 지난 달 1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연말정산 세금폭탄 문제와 관련해 샐러리맨들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헤럴드DB] |
그렇게 한달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경제정당으로의 방향에는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스물 스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 이유는 콘텐츠입니다. 소득을 늘려 내수와 소비를 진작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떻게 소득을 늘릴 것인지 ‘알맹이’가 무엇이냐는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도입, 법인세 인상 등의 방안이 나오고는 있지만 사실 임금을 올리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언제까지 인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촘촘한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만난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생 행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략적으로 취임 초기에 이런 행보를 해서 주목받고 당 지지율을 올려놓는 것도 긍정적이죠. 그런데 현장만 간다고 답이 나오는지 우려됩니다. 현장 가는 것은 우파 포퓰리즘도 다 하는 일이잖아요.”
물론 한달 만에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밑그림을 그렸으니 쌓아올리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왕왕 나옵니다.
이 중진 의원은 “문 대표가 당 대표 경선 중반부터 경제를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그 경제가 과연 경제민주화의 경제인지 창조경제의 경제인지 애매하더라”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말하는 문 대표의 ‘경제정당’은 ‘레토릭’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지방 재선 의원은 좀 더 ‘독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 의원은 “이벤트 하느라 정신 없는 것 아닌가. 경제정당이 아니라 이벤트 정당”이라며 “정말 제대로 경제정당을 만들려면 민주정책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정책 개발에도 힘쓰고 외부 전문가도 영입하는 구체적인 노력도 필요한데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막 출발했는데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겠죠. 다만 구호와 보여주기만 가득한 ‘경제정당’은 세간의 우려처럼 ‘이벤트정당’에 그칠 수 있습니다. 부지런히 현장을 다니는 만큼 내실있는 경제정책 개발과 촘촘한 전략이 수반돼야 피폐해진 민생에 숨통을 트여주는 진정한 ‘경제야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