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안고 이병호(74) 제33대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취임했다.
이 원장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현재 국정원의 모습에 대해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정치개입에 무리하게 휩싸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국정원을 망치는 길”, “국정원은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할 것”, “나는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 국정원 출신 인사는 “대단히 합리적이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로 온화한 분”이라며 “국정원이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잘 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육사 19기로 군 생활을 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정원과 국가안전기획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특채로 들어가 주로 해외파트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때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이후 두 번째 정보기관 출신 국정원장이다. 중앙정보부에 몸 담은 이후 미국 참사관과 공사, 안기부 국제국장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가 “국제관계에 정통하고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고 설명한 배경이다.
애초 이 원장은 안기부 국제국장을 지내고 미국으로 파견 나갔다가 임기를 마치면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려했다고 한다. 당시 퇴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당부 등을 남긴 장문의 편지는 국정원 내에선 유명한 일화다.
‘관운의 사나이’로도 통한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김정원 전 안기부 제2차장이 취임 3개월여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이후 1996년까지 4년여 동안 안기부 차장으로 비교적 ‘장수’했다.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안기부 차장 전임인데다 국정원 원장 후임이라는 독특한 인연도 맺고 있다.
이후 정보기관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지낸데 이어 15년만에 국정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물론 그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일단 이 원장의 이념적 편향성에 의문부호가 따라 다닌다.
15년간의 야인시절 동안 언론매체 등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념적으로 비판하는가하면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올해 74세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병호 체제에서 국정정이 어떻게 환골탈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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