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대표쯤 되면 문제가 되는 현장을 방문할 때는 대안을 갖고 갑니다. 대안 없이 현장 방문하는 것은 쇼하러 가는 거죠. 그것은 일회성 이벤트 행사지 제대로 하는 정책이 아니거든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겨냥한 말로, 전날의 응어리에 강도를 더해 다시한번 내뱉은 것이다.
홍 지사는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대안을 갖고 오셔야죠”라고 응수한 바 있다.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결정을 놓고 “어른들의 정치 때문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 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며 홍 지사를 압박하던 문 대표는 이 말에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두사람의 회동으로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는 전국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 찾기에는 실패했지만 문 대표가 의도했던 ‘이슈 몰이’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득실은 따져봐야 한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홍준표의 승리’라는 평가가 좀 더 우세했다. 문 대표가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제 발로 들어와 괜한 상처만 입었다는 의미다. 제1 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문 대표가 체급이 다른 홍 지사와 만난 것 자체가 손해 보는 장사였다는 것. 현장에서는 중앙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홍 지사를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세워주며 “홍 지사 좋은 일만 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루 전 영수회담에서 거둔 성과를 이날 무상급식 회동으로 스스로 이슈의 중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평가도 있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청와대가 반박자료를 낼 정도로 궁지에 몰아 넣었는데 하루 만에 그 성과를 잊혀지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물론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이번 회동으로 ‘무상급식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한 이미지’를 얻었다고 평가한다. 친노계 핵심 관계자는 “홍준표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사람, 문재인은 끝까지 지켜내려고 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날 회동은 (문 대표에게) 나쁘지 않은 구도”라고 분석했다.
또 새정치연합의 취약 지역 중 하나인 경남의 현안까지 대표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남 민심을 얻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 지사와의 회동이 문 대표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앞으로 무상급식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 이대로 언쟁만 남긴 채 끝난다면 이번 회동은 독이다. 아이들 급식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경남도청과 도교육청 간 얽힌 실타래를 푸는데 일조한다면 약이 될 것이다.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