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회동 후 여전한 신경전…홍 “무상급식 쇼”-문 “오만과 거짓의 아이콘”
-경남도의회, 무상급식 조례 통과…학부모 500여명 반발
-홍 지사 19일 출국…28일까지 미국ㆍ멕시코 출장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18일 무상급식 문제로 설전을 벌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같은 날 오후 김포행 비행기에서 어색한 재회를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과 경남도청 등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날 홍 지사와 만남 후 급식 봉사, 무상급식 관련 학부모 간담회, 기업 방문 등의 일정을 마치고 부산에서 김포로 향하는 5시30분 출발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 종편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출연을 위해 서울을 향하던 홍 지사도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 사람은 기내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홍 지사는 비행기 맨 앞줄 비즈니스석에 앉아있었고 이코노미석을 예약한 문 대표가 좌석으로 향하던 찰나였다. 문 대표가 먼저 “또 뵙는 군요. 인연이네요”라며 인사를 건넸고 홍 지사도 “이제 올라가시네요”라고 답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서 무상급식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탓에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표와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에서 만나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문 대표는 “어른들의 정치 때문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 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며 압박했고 홍 지사는 “대안을 갖고 와라”고 응수했다. 결국 이날 회동은 ‘벽담’으로 끝났다.
양측의 신경전은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홍 지사는 19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의 대표쯤 되면 문제가 되는 현장을 방문할 때는 대안을 갖고 간다. 대안 없이 현장 방문하는 것은 쇼하러 가는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 행사지 제대로 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수위를 높였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김영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지사가 오만과 거짓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며 “경상남도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무상급식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방문한 야당 대표를 대하는 홍준표 지사의 태도는 매우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도의회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시행하는 서민 자녀 교육지원 사업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도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도의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학부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례 제정 반대 집회를 열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날 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남도청에 따르면 홍 지사는 미국, 멕시코 출장을 위해 지난 19일 출국했다. 경남지역 농산물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및 해외시장 개척, 우호교류 활동을 위한 출장으로 홍 지사는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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