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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ㆍAIIB…朴이 움직인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동북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에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서서히 움직일 조짐이다. 동북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ㆍ중 틈바구니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취하던 박 대통령의 ‘결단’의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21일 열리는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윤병세 외교장관과 함께 만난다. 애초 예정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의 일정으로, 사드ㆍAIIB 이슈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전격 결정된 걸로 풀이된다.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중일 관계가 악화된 탓에 3년만에 가동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사드ㆍAIIB 등이 의제로 올라 있지 않다는 게 우리 외교 당국 설명이지만, 동북아 역학 관계의 핵심 이슈인 만큼 이에 대한 각국의 의견 제시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한중일 외교장관 접견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우선 중국 주도의 AIIB 한국 가입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여전히 ‘결정 유보’의 입장이지만, 정부 일각에선 한국이 이달 안에 AIIB 가입을 선언한 뒤 6월에 지분 조건 등을 담은 협정문을 확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지분은 5% 안팎으로 정하고 2대 주주 자리를 확보하는 한편 중국의 지분은 49%로 묶어 중국 독주를 막는 견제 장치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ㆍ중 관계가 한ㆍ미 관계보다 밀접해지고 있다는 미국 측의 우려섞인 시각을 잠재우면서도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감안한 ‘전략적 선택’에 박 대통령이 최종 사인을 할지 주목된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3NO(No requestㆍNo consultationㆍNo decision, 요청이 없었기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구애와 압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더 이상 결정을 미뤄선 안 된다는 요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미국 측이 한국내 사드 배치 후보지를 이미 결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만큼 박 대통령과 한중일 외교장관 접견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이 어떤 식으로든 나올 걸로 보인다. 홍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공통 관심사를 논의할 것이며, (AIIB도)토론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왕이 외교부장이 박 대통령에게 사드 관련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은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든 AIIB든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시점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의 순간이 박 대통령 앞에 다가 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중국ㆍ일본 외교장관 접견 이후 오는 26일에는 한미 합참의장 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는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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