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4ㆍ29 재보선에 임하는 여야 대표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미래권력’을 나누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첫 승부라는 점에서 선거 분위기가 빠르게 고조되는 모습이다.
과거 재보선에서도 그러했듯, 비기지 않는 상황에선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대선은 커녕 내년 총선까지 리더십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이 4곳에서 펼쳐지는 ‘미니 총선’이지만, 이들에게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가 될 수 있는 선거인 셈이다.
먼저 선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프레임 전쟁’부터 불붙었다. 일찌감치 ‘헌법가치 지키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새누리당 김 대표는 ‘종북좌파 심판’과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의 문 대표는 ‘서민 지갑 지키기’를 슬로건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론’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에서 “지난 총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내란 선동하는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이란 있을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를 정상화시키는 선거”라며 프레임전을 이어갔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한 곳에서 승리하면 본전이란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4곳 모두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며 총력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문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7월 이후 경기부양책 5차례, 최소 6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선거에서만 재미를 봤을 뿐 민생경제에는 도움이 안됐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으로) 바꿔야 한다”며 유능한 경제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들의 경쟁은 재보선 현장에서의 ‘주도권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김 대표는 23일 서울 관악을에서 청년 주거 문제를 주제로 ‘청춘무대’라는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25일에는 인천 서강화을 당원교육 행사에 참석해 안상수 후보를 지원하며, 26일에는 광주 서을에서 열리는 필승 결의 대회를 찾아 정승 후보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지난 22일 광주 서을의 풍암동 성당에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특별법 통과 보고대회’를 가진 문 대표는 25일에는 인천 서강화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27일에는 경기 성남중원을 방문해 정환석 후보에 대한 지원 행보를 이어가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재보선의 후폭풍을 감안할 때 현장을 찾는 이들의 절박함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선거 패배는 곧 지도부 퇴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7ㆍ30 재보선 때는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의 퇴진을 불러왔고 2010년 재보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정세균 전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여당이 패배한 2011년 재보선에는 텃밭(성남 분당)을 내준 한나라당 일부 지도부의 퇴진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국정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와 2위(리얼미터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문 대표와 김 대표의 재보선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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