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마지막 대안인 국정조사 연장에 대해 논의조차 안되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국정조사가 흐지부지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25일 여야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기업 3사를 대상으로 3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청문회가 무산됐다.
국정조사법에 따라 청문회 실시일 1주일 전에 해당 증인에게 국정조사 출석요구서가 통보돼야 하는데, 여야가 통보 시한이 다가오도록 증인 명단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1일 청문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24일 자정까지 해당 증인에게 통보됐어야 했다. 이로 인해 다음달 1일, 3일, 6일로 잡힌 후속 청문회도 줄줄이 보류됐다.
청문회가 불발되면서 국정조사특위는 해외 현지조사에 들인 막대한 비용을 날리게 됐다. 국회사무처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조사특위가 지난 8~16일간 두 개 조로 나눠 아랍에미리트, 마다가스카르, 캐나다, 멕시코 등 해외 현지조사에 사용한 공식 출장비는 1억여원에 달한다.
현지에서 사용한 추가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1주일간 출장비로만 충분히 1억원 이상 들어갔다는 것이 국회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사 특성 상 해외 현장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항공비, 호텔비 등으로 이전의 국정조사 비용보다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정조사특위는 현지조사를 중심으로 청문회에서 세밀하게 검증하기로 했지만 여야 협상 결렬로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두고 여야가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이 전 대통령을 요구하자 여당이 맞대응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출석을 주장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문 대표를 출석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증인으로 나가면 여당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합의를 해줘야 하는데 전직 대통령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야당 제안은 쇼라고 본다. 문 대표가 대통령급도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상황에 새정치연합은 다음달 7일 종료되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결정적 한방을 제시하지 못한 야당도 문제지만 애초 국정조사를 할 마음이 없었던 여당에 더욱 비난이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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