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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가족의 조건은 없다…‘아부지 뭐하시노’ 묻지않는 부자들
칼 블라세크·로널드 페렐만 결혼만 5번
81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독신 고집

성전환 로스블랫, 아내 닮은 로봇 계획
금호 박성용 명예회장 푸른눈 아내 맞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이혜원 인턴기자]

“집안이 맞았겠지…”

이름이 알려진 부자나 재벌가 혼사를 두고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코멘트다. 얼핏 단순해 뵈는 이 7음절엔 많은 의미가 담겼다. 대부분 돈이나 세간의 평가와 관련됐다. 아주 틀린 분석도 아니다. ‘근본이 갖춰진, 뼈대 있는 가문이 만나는’ 이벤트라서다.

하지만 어떤 부호의 가족들은 이런 전통적 개념을 뛰어넘었다. 속된 말로 ‘아부지 뭐하시노’라고 묻지 않았다. 혈통은 무시한다. 재혼은 기본이다. 평생 홀로 지내는 1인 가족도 있다. 남편이 남자가 아니어도 가족이다. 로봇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찾는 건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다. 같이 지내면 행복해지는 진짜 가족이다.


▶핏줄보다 중요한 건 행복=포브스가 집계한 자산 10억달러(한화 약 1조700억원) 이상 빌리어네어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결혼생활을 이혼으로 끝냈다. 이들에게 ‘좋은 혈통’의 가족을 찾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재혼도 일반적인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 오스트리아의 자산가 칼 블라세크(Karl Wlaschek)다. 그는 3년 전 5번 째 아내 리키 쉔크(Ricki Schenk)와 결혼했다. 당시 블라세크의 나이 95세, 새신부는 63세였다. 그와 쉔크는 모두 직전 배우자와 사별했다.

오스트리아 3대부호인 블라세크는 유명 유통체인 빌라(Billa)를 창업해 1996년 14억달러를 받고 독일 기업에 매각했다. 아울러 그는 비엔나의 빌딩ㆍ호텔ㆍ고전양식 궁전 등을 다수 소유한 부동산 재벌이다. 현재 블라세크의 자산은 41억달러다.

아흔을 넘겨 새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금의 아내와) 아이 한두 명은 더 낳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블라세크의 자녀는 4명이다. 지난 네 차례 결혼생활마다 한 명씩 낳았다. 

자산 147억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 투자가 로널드 페렐만(72)도 배우자가 여러차례 바뀌었다. 페렐만은 지난 5년간 자산만 37억달러를 늘리는 등 월스트리트의 ‘큰손’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가족을 찾는 건 투자보다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는 사별ㆍ이혼ㆍ전처와의 법정소송 등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정신과의사 안나 채프먼과 5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페렐만은 채프먼과 결혼 후 낳은 2명을 포함, 총 8명의 자녀를 뒀다.

▶가족은 나 자신…평생 싱글로 남은 부자=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겼지만 자신 외 가족을 만들지 않는 부호도 있다.

폴 앨런(62)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가 대표적이다. 지능지수(IQ) 170인 앨런은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만점을 받았던 수재다. 보유자산도 176억달러에 이른다. 재능과 경제적 능력을 모두 갖춘 소위 ‘천재부자’ 중 한 명인 셈. 그러나 가족을 만들고 대를 잇는 것 보단 다른 것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바로 기부다. 그는 빌 게이츠 MS 회장과 워런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만든 기부단체 ‘기빙플래지’에 편지를 보내 “죽은 후에도 기부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앨런은 재산의 75%를 기부를 위해 내놓은 상태다.

아울러 각종 수집품들은 그의 ‘또 다른 가족’이다. 그가 가장 공들이는 수집품은 전투기다. 1990년대 수집을 시작해 총 31대의 전투기를 갖고 있다. 2004년에는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 지역에 자신이 수집한 전투기를 전시하는 박물관(Flying Heritage Collection)도 세웠다. 2011년에는 우크라이나 공군에서 사용하던 미그(MiG)-29를 수백만달러에 구매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출신 부호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81세가 됐지만 결혼과 거리가 멀다. 그는 패션잡지 엘르(Elle)와의 인터뷰에서 “패션에 일생을 온전히 바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제 아르마니는 자신이 세운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사업 100%를 혼자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산은 77억달러다.

▶여자가 된 남편의 아내사랑…‘로봇 파트너’ 계획=‘혈통과 근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자 중엔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도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의 최고경영자(CEO) 마틴 로스블랫(61)이다. 그는 미 연봉 조사업체 이퀼라(Equila)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여성 CEO’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보수는 3800만달러(408억원)다. 


로스블랫은 원래 남성이었다. 그러나 40세가 되던 해 여성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커밍아웃을 꿈꾼 지 25년만이었다. 그는 아내 비나 아스펜과 자녀 4명이 자신의 성전환 후에도 곁에 남을 것을 확신할 때까지 기다렸다.

로스블랫은 ‘변화’를 받아준 가족에 헌신했다. 제약사를 차린 것도 소아종양을 앓는 딸의 치료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나아가 사랑하는 아내에겐 ‘영생(永生)’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각종 기술을 이용해 인간 의식을 영원히 유지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인공지능 로봇업체 핸슨로보틱스(Hanson Robotics)를 세우고, 스페셜팀을 구성해 아내를 모델로 한 복제로봇 ‘비나48호(Bina48)’를 개발 중이다.


▶한국의 경우=국내에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푸른 눈의 아내를 맞이한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미국 예일대 박사과정 시절 고 마거릿 클라크(한국이름 박말연)를 만나 1964년 결혼했다. 클라크 박 여사는 현지 유명 금융가의 딸로 알려졌다. 1984년 타계한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는 처음엔 미국인 며느리를 반대했지만, 손주들을 본 뒤 마음을 돌렸다고 전해진다.

클라크 박 여사는 2005년 세상을 뜬 박 회장을 이어 문화예술 사업에 힘써오다 2013년 한국 땅에서 남편과 나란히 묻혔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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