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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살아돌아왔는데 ‘화냥년’ 취급…보코하람 여학생들의 눈물
[헤럴드경제]죽을 힘을 다해 돌아왔지만 고향은 예전같지 않다. 따가운 시선과 수근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번에는 제발로 고향을 떠난다. 지난해 4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서 탈출한 치복마을 여학생들의 이야기다.

AP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코하람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여학생들이 트라우마와 따돌림,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나이지리아 북부 치복 마을의 한 학교에 보코하람이 침입해 시험을 보고 있던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보코하람은 “여학생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겠다고 맹세했다”며 “일부는 결혼했고, 일부는 시장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전세계가 공분해 여학생들의 귀환 캠페인(Bring Back Our Girls)을 벌였지만, 초기에 탈출에 성공한 57명을 제외한 219명은 여전히 생사 확인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AP 보도에 따르면 돌아온 여학생들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AP는 마을주민들이 돌아온 여학생들을 ‘보코하람의 여자’라 부르며 끊임없이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학생들 중 수십여명이 임신한 몸으로 돌아왔고, 다른 여학생들도 보코하람 조직원들로부터 성적으로 착취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지면서 이들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조롱과 편견을 이기지 못하고 치복마을을 떠나 인근 지역에서 친척이나 친구들과 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지난 4월 삼비사숲에서 구출된 나이지리아 여성들 /EPA연합뉴스보르노주의 카심 셰티마 주지사는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풀려난 여성들이 새로운 세대의 테러리스트들을 낳을까 우려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셰티마 주지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이 강간당해 낳은 아이를 증오하고 버리려 한다”며 “그 결과 아이들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교육과 의료서비스에서도 멀어져 결국 자신들의 아버지의 이데올로기를 물려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셰티마 주지사는 “납치됐다 돌아온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셰티마 주지사는 “여성들을 걱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인권감시기구(휴먼라이트워치)의 마우시 세건 연구원은 “그런 발언이 낙인효과를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바바툰테 오소티메힌 유엔인권기금 사무총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돌아온 여성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그들을 평범한 일상의 삶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보코하람이 납치한 여성은 약 2000명에 달한다. 나이지리아 정부군은 지난 달 보코하람 주둔지인 삼비사숲에서 납치 여성 700여명을 구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nlinene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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