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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묵의 印像]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이 되살려준 ‘클래식 추억’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초등학교 때 부모님께서 워크맨과 함께 클래식 테이프들을 사주신 적이 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를 때라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들춰보니 카라얀이 지휘한 음반이었고, 베토벤, 슈베르트 등의 교향곡이었다. “워크맨 사주시면 가요는 듣지 않고 클래식만 듣겠다”는 해괴한(?) 약속을 한 탓에 본의 아니게 클래식만 줄곧 들었다. 한참 뒤 ‘워크맨 서약’에 대해 부모님의 관심이 무뎌졌을 때쯤 슬슬 다른 장르의 테이프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하도 클래식만 들어서 그런지 한동안은 질려서 클래식을 멀리했었다. 



회사 행사 촬영 차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무대에만 조명이 밝혀진 웅장하고 어두컴컴한 콘서트홀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들려온다. 흔치 않다는 여성 지휘자 김봉미 교수.

권위적이지도, 그렇다고 부드럽기만한 여성스러운 말투도 아니다. 각각다른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곡으로 묶어야 하는 지휘자답게 전달하는 메시지에 카리스마가 뚝뚝 묻어난다.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저 파트에서는 이렇게…. 그리고 이런 표현을 해야 하니 이렇게 연주해보는 게 어떻겠어요?”라고. 어떤 부분에 관해 얘기하는지 당연히(?) 알 수 없었지만 일목요연하고 꼼꼼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잠시 뒤 고요 속에서 지휘자의 짧고 강한 들숨소리와 함께 지휘가 시작된다. 수 십개의 악기들이 지휘에 따라 웅장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토해내고, 또 다른 악기와 어우러지며 콘서트홀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메운다.

지휘봉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천천히 부드럽게, 때로는 빠르고 강하게. 지휘자의 표정도 곡의 변화에 따라 순간순간 환희와 분노를 오가는 것 같다. 변화무쌍하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멍하니 지휘자를 바라보니 마치 지휘자가 한편의 아름다운 무용을 하는 것 같다. 

일 때문에 듣게 된 클래식 연주. 직접 생생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앞에서 듣고 보니, 어린 시절 흘려들었던 음악들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마냥 어렵고 지겨운 음악이라고 멀리했던 긴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다시 좀 들어보고 싶어졌다.

예술은 메마른 사람의 가슴을 이렇게 흔든다

글/사진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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