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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기업·대주주 배만 불리는…자사주매입·배당금의 역설
투자 여력 줄어 경제동력 약화…FT 등 모럴해저드 가능성 지적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가 올 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들의 주주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경영진과 소수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월가(街)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 올해 미 기업들의 자사주매입 및 배당금 규모가 1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기록적 주주환원 정책 속에 정작 경제활동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설비투자는 뚜렷한 감소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S&P 캐피탈 IQ와 함께 분석한 자료에서 S&P500 기업들은 2013년 영업현금흐름의 36%를 배당금과 자사주매입에 사용했다. 10년 전(18%) 보다 2배 급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공장과 설비투자는 영업현금흐름의 33%에서 29%로 감소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주가상승 동력이 약해진 게 주주환원 확대 이유인데, 주주환원 확대로 설비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결국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FT는 무분별한 주주환원 확대가 가져올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지적했다.

배당은 자본항목인 이익잉여금이 재원이다. 자본총액이 줄어들면 같은 이익을 내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진다.

또 미국 기업들의 경영진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이 주당순이익(EPS)이다. 그런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분모인 발행주식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생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많이 하면 ROE와 EPS가 개선되고, 이에따라 경영진들이 높은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회사 돈을 주주와 경영진이 나눠 갖는 셈이다. 경영진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설비투자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선호해 기업의 미라에 대한 준비가 소홀해 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 속에 아예 빚을 내서 자사주매입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금 유출이 없다는 점에서 EPS의 분자는 늘리고 분모는 줄이는 효과를 모두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조사를 보면 올 들어 5월 중순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무려 5100억달러로 역대 최대규모였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매달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의 이같은 선택에는 주주이익에 집중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이 주주로 있는 기업들은 이들이 주식을 사기 전 설비투자에 영업현금흐름의 42%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식을 매수한 뒤 5년이 지나자 29%로 줄어들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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