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선전·홍콩서 290억弗…부동산 침체로 돈몰려…거품 우려


올 들어 중국 상하이와 선전, 홍콩 증시에서 이뤄진 기업공개(IPO)가 모두 290억달러(32조원3000억원)에 달하면서 4년만에 미국을 추월했다.

5일 공개된 딜로직 조사를 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중국 기업들은 소형주를 중심으로 본토와 홍콩증시에서 이같은 액수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IPO는 150억달러(16조7000억원)에 그쳤다. 중국 IPO가 미국을 추월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IPO 건별 규모에서도 중국이 압도했다. 후아타이증권과 GF증권은 홍콩 증시에서 각각 45억달러, 40억달러를 조달해, 전세계 IPO 액수 순위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에 상장한 국영공항운영사 아에나(AENA)의 48억달러에 이어 2, 3위를 기록했다.

홍콩 증시의 활약도 컸다. 홍콩에서 이뤄진 118억달러 규모의 IPO는 뉴욕 증시(91억달러)를 추월하고도 남는다. 뉴욕 증시에서 최대 IPO는 가스운송서비스회사 톨그래스에너지로, IPO 액수는 14억달러였다.

이같은 중국 IPO 붐은 중앙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 홍콩과 상하이간 연계 거래 허용 등으로 인한 증시 호황 덕분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중의 자금이 모두 주식 시장으로 쏠리면서 급등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 회사 베이징 바오펑 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선전 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가 무려 3500% 뛰었다. 중국의 10대 테크 상장사의 시가총액 평균치는 2016년 실적 기준 순이익의 26.2배로, 미국 10대 테크 상장사(17.4배)에 월등히 높다.

지난 닷새간 상하이 지수는 7%, 선전 지수는 9.7% 뛰었다. 상하이 지수의 올해 순익예상치 기준 시가총액은 19.7배로 2008년 1월 이래 최고다. 선전 주식은 44.5배다. 중국판 나스닥인 차이넥스트는 무려 84배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의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이린 초 스위스 줄리어스베어 애널리스트는 “높은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탈에 근거한 게 아니어서 분명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초보 투자자들은 공포가 없다. 이들은 하락장세를 겪어 본 적이 없어 시장이 계속 오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슈로더증권은 보고서에서 “실적 개선을 수반하지 않은 랠리는 결국 제 무게 밑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