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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신분증만 3개…꼭꼭 숨은 中 ‘가짜 비아그라 왕’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중국 당국이 최근 ‘스카이넷(天網)’ 프로젝트에 착수해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며 검거에 열을 올리는 해외도피 경제사범 가운데엔 사실상 잡기가 쉽지 않은 인물도 꽤 있다. 중국판 ‘비아그라의 아버지(?)’로 불리는 옌융밍(閻永明) 퉁화진마(通化金馬)제약그룹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배임 혐의로 10년째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은둔형 부자다.

봉황망(鳳凰網)ㆍ신문화보(新文化報)ㆍ남방주말(南方周末)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옌 전 회장은 동북지방 지린(吉林)성 출신이다. 그리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90년대 초 베이징으로 사실상 ‘무작정 상경’해 1992년 퉁화싼리(通化三利)공사라는 제약 관련 업체를 창업했다. 퉁화진마의 전신이다. 

옌융밍 전 퉁화진마 회장과 퉁화진마제약그룹 로고.

옌 전 회장 지인들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교육수준이 절대 높지 않았지만, 장사에 남다른 수완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회사는 급성장해 옌 전 회장은 중국 동북지방에서도 손꼽히는 부호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 20대 초반이었다.
이후 2000년 옌 전 회장은 3억1800만위안(54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당시로선 대규모였던 기업인수로 몸집을 불린 옌 전 회장의 퉁화진마는 같은 해 ‘중국판 비아그라’로 불린 남성 성기능 증진제로 대성공을 거둔다. ‘(기괴한)신비의 캡슐(奇怪膠囊)’이란 이름의 이 제품은 2000년 한 해에만 순이익 2억4200만위안을 챙겼다. 옌 전 회장은 ‘중국 비아그라의 아버지’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도 여기까지였다. 제품의 효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사실상 가짜인 게 드러난 것.
한 홍콩언론에 따르면 2001년 퉁화진마는 5억84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하며 단 1년 만에 큰 손실을 입었다. 같은 해 10월 회장직을 사임한 그는 거액의 빚만 남긴 채 중국을 떠났다. 그는 이때부터 류양(劉陽)이란 가명을 쓰기 시작한다. 결국 2005년 중국 당국은 그를 수배했다. 아직도 옌 전 회장이 갚지 못한 빚은 5000만위안(90억원)이 넘는다.

옌융밍 실제 신분증. 사진에 흐릿하게 YAN YONGMING(위 사진)과 LIU YANG(사진아랫)이란 이름이 보인다. 동일인물이다. [출처=관찰자망(觀察者網)]

그런데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5년 뉴질랜드로 건너간 그가 현지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 옌 전 회장은 오클랜드 메트로폴리스 빌딩 꼭대기층의 주인이 됐다. 시가 24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20억원)였다. 2006년엔 뉴질랜드 북부해안에 있는 호화저택을 11억∼40억원 상당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이 정도다. 당국 등은 ‘감춰진’ 재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메트로폴리스 빌딩, 옌융밍이 맨 위층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옌 전 회장은 해외에서 유명한 중국식당들 지분도 다수 갖고 잇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곳이 제이드테라스(Jade Terrace)다. 그가 보유한 고급 승용차도 페라리ㆍ포르셰ㆍ벤틀리ㆍBMW 등 4대에 이른다.

옌융밍 재산 등 현황

하지만 중국 당국이 ‘스카이넷’ 프로젝트에 따라 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신분증만 3개다. 옌융밍이란 이름(본명)으로 만든 여권만 2개다. 가명인 ‘류양’으로 만든 여권도 있다. 각 신분증엔 출생연도가 모두 다르다. 뉴질랜드에 체류하고 있단 것을 확인해도 추적이 쉽지 않단 의미다.
난관은 또 있다. 중국은 뉴질랜드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 당국이 옌 전 회장을 뉴질랜드에서 체포해도 그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단 뜻이다. 게다가 옌 전 회장은 현지 유력 정치인들과 자주 교류하며 관시(關係)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옌융밍이 매입한 뉴질랜드의 한 호화주택 [출처=왕이재경]

아울러 그를 붙잡더라도 뉴질랜드에 있는 재산을 몰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9년 초 옌 전 회장은 그의 명의로 된 모든 자산을 차명으로 바꿔놓은 상태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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