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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 14세 범인, 수기 출간
[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일본에서 최악의 소년범죄로 꼽히는 1997년 ‘고베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장본인이 당당히 수기를 세상에 내놨다. 수십년째 슬픔을 이어가고 있을 피해 가정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은 채 추악한 범죄자의 심리를 훔쳐보도록 한 셈이어서 논란이다.

일본 출판사 오오타출판은 10일부터 아즈마 신이치로(32ㆍ현재는 개명추정)가 쓴 수기를 ‘절가’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지난 1997년 일본 고베시에서 일어난 연쇄 아동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경위와 사건 후의 삶, 현재의 심경을 담은 책이다.
살해당한 피해 아동(왼쪽)과 가해자 아즈마 신이치로(당시 14세).

한국이라면 이런 흉악범죄자가 수기를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 유영철,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정남규, 안양초등생 납치살인마 정성현이 범행 내용을 담은 책을 내는 행위가 국민정서적으로도 용인될 턱이 없다. 하지만 일본은 좀 다르다. 일본은 강간살인마의 수기 등 흉악범죄자가 옥중, 출소후에 쓴 글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출판사 측은 “소년 범죄가 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가 무슨 심경이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출판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책을 저자의 편지와 함께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돌이켜본다면 엄청난 무리수다.
소년살인마 아즈마가 신문사 등에 보냈던 범행예고장.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1997년 5월 효고현 고베시의 중학교 정문 앞에서 절단된 어린이의 머리가 발견됐다. 근처에서 실종된 11세 소년이었다. 이 소년의 머리는 입에서 귀까지 찢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범행선언문이 끼워져 있었다. 일주일 뒤 지역언론사인 고베신문사로 제2차 범행예고 쪽지가 날아들었다. 한 달 뒤 체포된 범인은 14세의 중학생이었다. 조사 결과 범인은 수개월 전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때려 숨지게 했고 그 외에도 3명에 중경상을 입혔다. 사이코패스사람 죽이기를 즐겼던 셈이다.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주고 형사 처벌의 대상 연령을 16 세에서 14 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

이번에 출판된 추악한 소년범죄자 아즈마의 수기는 전체 294 페이지로 이뤄져 있다. 아사히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책 내용 중에는 지난 2004년 의료소년원에서 가석방된 그는 가족과 떨어져 신원을 숨기고 용접공, 일용직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지내왔다.

또한 그는 “내 이야기를 나의 말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삶의 버팀목이 돼 왔다는 심경도 책 속에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마가 제 입으로 털어놓는 살인의 추억이 책으로 출판돼 세간에 읽히는 것이 도대체 어떤 유익함이 있을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이다.

dragonsnake7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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