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안 ‘No’라해도 잃을 게 적어…그렉시트땐 유로존 더 큰 타격 계산
FT ‘덜잃기 위한 협상…미봉책 봉인’우려
전문가 ‘4~6주내 자금통제 가능성’ 전망
‘어차피 잃을 게 적다’
그리스가 4개월째 유럽연합(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며 우위를 잃지 않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도 피해를 보겠지만, 유로존이 입을 타격이 더 크다는 계산이 두둑한 배짱의 배경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기고면에서 “국제채권단에 ‘노’(No)라고 말해도 그리스는 잃을 것이 없다”며 디폴트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그리스의 선택지는 단 두가지다. 채권단의 경제개혁 제안을 받아들이고 구제금융을 이어가느냐,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떠나느냐다.
FT는 그리스가 채권단의 안을 수용하는 것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정치 경력과 그리스 경제가 동반자살하는 격이라고 해석했다. 대신 유로존 탈퇴는 3가지 이유에서 이보다 더 나은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채권단이 요구하는 연금 등 대규모 재무적 구조개혁을 피할 수 있고, 둘째 유로존 탈퇴로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셋째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이 내수여서 대외지급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반대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독일과 프랑스는 정치적ㆍ경제적 타격이 엄청나다. 당장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이끌어가는 국가로서 ‘유로존 통합의 실패’란 오명을 쓰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그리스에 빌려준 1600억 유로를 떼이게 된다.
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총리가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얻고자 하는 협상이 아니라 덜 잃기 위한 협상인 만큼 또다시 미봉책으로 봉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럽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안정화기구(ESM) 자금을 이용, 국채매입프로그램(SMP)을 통해 그리스 국채를 사는 형식으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때문에 오는 18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 관심이 크다. 지난 2월에도 그리스와 채권단이 유로그룹 회의에서 구제금융 종료 시한을 6월 말로 4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와 함께 향후 4~6주 내로 그리스 정부의 자금통제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다. 정부가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를 막기위해 은행 영업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아르헨티나, 키프로스 등의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