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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대륙부호 만한전석⑪ 1세대 85세↑, 홍콩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뒷이야기
- 홍콩 재벌1세대 대부분 초고령…승계 임박
- 토지王 순흥카이 일가, 창업주 사후 형제 간 진흙탕싸움
- 큰 아들 ‘전 연인’ 촉발한(?) 분란…부패스캔들로 결말
- 최대부호 리카싱, 두 아들 경영능력 20여년 간 지켜 봐
- 첫째는 회사ㆍ둘째는 자금…상업제국 가업승계 성공할 지 주목
 


홍콩 주요 재벌가 창업주들 연령이 초고령에 접어들며 가업승계의 ‘연착륙’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아들에 대한 자산분배를 사실상 마무리한 홍콩 최대부호 리카싱(87) CKH홀딩스 회장(사진 왼쪽), 창업주 사망 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홍콩 부동산재벌 순흥카이그룹의 황슈힝(86ㆍ창업주 미망인) 집행이사 겸 최대주주(사진 오른쪽 상단), 경영권 분쟁 및부패스캔들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토마스 쿽(63ㆍ창업주 둘째아들) 순흥카이그룹 전 회장(사진 오른쪽 하단의 차 뒷좌석)

[헤럴드 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윤현종 기자] 88.4세.

홍콩 ‘빌리어네어(순자산 10억달러ㆍ1조1700억원 이상 보유자) 클럽’ 터줏대감 격인 창업 1세대 부자 5명의 평균연령입니다. 이들은 포브스ㆍ블룸버그ㆍ후룬(胡潤)연구소 등이 집계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나란히 홍콩 1∼5위에 올라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초고령인 그들에게 부자 서열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 더 큰 고민으로 머리를 싸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가업승계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창업주 대부분이 ‘황제’처럼 기업의 모든 걸 책임져온 탓이 큽니다.

실제 한 재벌가는 심각한 경영권 다툼을 겪으며 여론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형제 간 골육상쟁 과정에서 관가(官家)와 연루된 비리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룬 집안도 있습니다. 반대로 막대한 자산을 자식들 간 큰 문제없이 넘겨주는 집안도 있긴 합니다. 나름대로 판이한 결과가 나온 데엔 그럴만 한 맥락이 있었습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 다양한 행보를 보여준 홍콩 양대 재벌가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부패스캔들로 막 내린 ‘부동산 형제의 난’= 지난해 12월 23일, 홍콩 법원은 현지 부동산 재벌 순흥카이(新鴻基)그룹 토마스 쿽(63) 당시 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합니다. 벌금 50만 홍콩달러(7500여만원)도 더해졌습니다. 같은 해 7월 그는 뇌물수수 관련 조례 위반으로 현지 부패단속기관 염정공서(廉政公署ㆍICAC)에 의해 기소됐습니다. 지난 2005∼2007년 라파엘 후이(許仕仁ㆍ67)당시 홍콩 정무사장(총리급)에 뇌물을 주고 토지매각정보를 받은 혐의였죠. 

2012년 7월 홍콩 염정공서(ICAC)는 토마스 쿽 순흥카이그룹 당시 회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차에 탄 쿽 회장 모습(사진 오른쪽)[출처=허쉰망]
2014년 12월 23일, 홍콩 법원은 토마스 쿽 순흥카이 회장과 라파엘 후이 전 홍콩정무사장 등에게 뇌물수수 관련 조례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결 당일 죄수호송차에 탑승한 인물들. 쿽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후이 전 정무사장(사진 왼쪽 흰 머리), 뇌물을 건네고 토지매각정보를 받은 쿽 회장(후이 정무사장 뒤에 앉은 인물, 코만 보인다) [출처=신화사]

쿽 회장은 홍콩 부동산업계 거물 순흥카이 가(家) 둘째 아들입니다. 그의 아버지 고 쿽탁생(郭得生)이 근 30년 간 일군 이 회사는 홍콩 내에만 최소 460만㎡(구 139만평)의 토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지 부동산 황제로 불리는 리카싱(87)회장의 CKH홀딩스도 넘어선단 평가입니다. 부친 회사를 이끌던 토마스 쿽 자신도 기소 몇 달 전(작년 1월 기준)까진 개인 자산 10조1900억원(87억달러)을 쥐고 있었습니다. 홍콩 10대 부자에 속했죠. 

순흥카이 로고(왼쪽) 및 순흥카이그룹이 개발한 홍콩 국제상업센터(ICC)빌딩. 높이 484mㆍ118층으로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그의 비리는 어떻게 밝혀졌을까. 물론 ICAC의 공이 클 겁니다. 하지만 ’조력자’가 있었단 분석입니다. 가족의 밀고(?)였습니다. 당시 홍콩 매체 명보(明報)는 현지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 토마스 회장의 형이자 순흥카이 창업주 장남 월터 쿽(65)이 동생 비리가 담긴 자료를 ICAC에 제공한 정황을 보도합니다.

월터 쿽 순흥카이 그룹 전 회장. 고 쿽탁생 창업주의 장남

혹시 짐작하셨나요.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이번 스캔들이 세상에 드러난 기폭제가 됐습니다. 쿽탁생(郭得勝ㆍ1911∼1990) 창업주는 아들 셋을 뒀습니다. 아버지가 죽자 첫째 월터 쿽이 회장직을 물려받습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부회장을 맡던 동생 토마스 쿽과 막내 레이먼드(62) 쿽 등은 큰 형을 쫓아내고 그룹을 장악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형제 간 불화는 수년 간 이어집니다.


▶ 문제의 발단은 형의 여자친구? = 그렇다면 동생들은 왜 형을 몰아냈을까요. 물론 경영권을 갖는 게 주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버지가 일군 회사를 지키려는 행동이었단 평가도 내놓는데요. 바로 월터 쿽이 순흥카이 회장 시절 기업 경영에 관여했던 한 인물 때문입니다.

2013년 12월 홍콩 매체들과 인민망(人民網) 등 중국대륙 주요언론은 “순흥카이 3형제 관계가 틀어진 원인을 두고 시장의 풍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월터 쿽과 전 여자친구 탕진신(唐錦馨ㆍ당시 61세)의 관계가 (불화의) 가장 큰 이유였단 설이 유력하다”고 전합니다. 

탕진신(사진 왼쪽)과 월터 쿽이 같이 있는 모습 [출처=잉상망]

보도에 따르면 홍콩 기업가 집안 딸로 알려진 탕씨는 월터 쿽의 젊은 시절 연인이었습니다. 그는 월터 쿽이 회장을 맡던 시기 순흥카이그룹 이사회에 들어와 회사 경영 전반에 개입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동생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심지어 3형제 어머니이자 창업주 미망인 쾅슈힝(鄺肖卿ㆍ86)의 심기도 건드렸다고 매체들은 전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룹 집행이사 겸 최대주주기도 했던 그는 장남을 단속하기 시작합니다.

쾅슈힝 순흥카이 미망인. [출처= 제일재경일보]

실제 같은 해 11월 29일,순흥카이 측은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쾅 여사의 보유지분 43.43% 중 12.64%를 둘째아들(토마스)과 막내(레이먼드)에게 고루 분배한다고 밝힙니다. 이 때 둘의 지분은 16%대로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큰아들은 빠졌습니다. 이미 경영권을 빼앗긴 상태였던 월터 쿽은 이 무렵 자산도 크게 줄어듭니다.

총 33조원. 282억달러(후룬연구소 집계 기준)를 거머쥔 네 모녀 간 ‘가정불화’는 결국 큰 아들 때문에 둘째가 감옥에 가는 모양새로 일단락됐습니다. 현재 그룹 경영은 막내가 맡고 있습니다. 여전히 오너일가가 회사를 장악하고 있죠. 장남과 어머니의 관계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월터 쿽은 지난 1월 집안의 결정으로 뺏겼던 회사지분을 돌려받아 자산이 50억달러 늘었습니다.

화목했던(?) 시절의 순흥카이그룹 삼형제(사진 왼쪽부터 삼남 레이먼드 쿽(62) 순흥카이 현 회장ㆍ현재는 수감된 토마스 쿽(63) 전 회장ㆍ월터 쿽(65) 전 회장) [출처=문회보]

그러나 형제의 상처가 아물긴 힘들어 보입니다. 월터 쿽이 일선에 복귀하는 일도 당분간은 없을 전망입니다. 그는 토마스 쿽이 징역형을 받은 직후 홍콩경제일보 등과 인터뷰에서 “매우 비통하지만 사건의 시시비비는 신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회사는 레이먼드(셋째)가 잘 경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리카싱, 두 아들 경영능력 ‘장기평가’= 순흥카이 일가와 달리 적어도 겉보기엔 큰 잡음 없이 승계작업을 진행 중인 재벌도 있습니다. 자산 41조원(353억달러)을 지닌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CKH홀딩스 회장입니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자식들의 경영활동을 지켜봤습니다. 

리카싱 CKH홀딩스 회장 [출처=게티이미지]

먼저 첫째 아들 빅터 리(51)입니다. 그가 아버지의 ‘눈’에 들며 두각을 나타낸 건 1996년께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빅터는 리 회장의 회사 중 하나였던 청쿵인프라스트럭처(長江基建ㆍ이하 청쿵 인프라)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일을 주도했습니다. 이 회사는 공모주 청약경쟁률 25대1을 기록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합니다. 리 회장은 이를 두고 “(이같은 성과가) 만약 내 아들의 것이 아니라면 난 100점을 주고싶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칭찬엔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그의 교육철학(?)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리 회장의 장남 빅터 리 CKH홀딩스 부회장 [출처=바이두 백과]

빅터는 청쿵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요.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이 회사는 2000억 홍콩달러(30조2400억원)를 들여 영국ㆍ캐나다ㆍ호주의 에너지분야 11개 기업을 사들이거나 투자했습니다.

둘째 아들 리처드 리(49)는 미디어ㆍ통신분야에서 사실상 스스로 성장했는데요. 1991년, 그는 아버지 명령으로 미국(스탠포드대학)서 돌아와 4억달러를 투자해 위성방송 채널‘스타TV(Star TV)’를 창업합니다. 그는 2년 뒤 글로벌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에게 이 방송국을 9억5000만달러에 매각하는 수완을 보여줍니다.

1993년 그는 스스로 마련한 종잣돈 10억달러로 퍼시픽센츄리그룹(PCG)을 차립니다. 이 회사는 홍콩 최대통신회사 PCCW의 전신이 됩니다. 지난해 1월 현재 PCCW의 시가총액은 47조원에 달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일본 NTT도코모에 이어 동아시아 주요 통신사 2위 수준으로 높았죠.

아버지의 별명 ‘슈퍼맨’에서 딴 별명(작은 슈퍼맨)을 지닌 리처드의 순자산은 1일 현재 48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포브스가 매긴 중화권 부호 중 63위 수준입니다.

리 회장 차남 리처드 리 PCCW 회장 [출처=신민망]

▶ 자산 분배 사실상 마무리 한 리카싱제국=일찍부터 자식들 활약상을 지켜봐서일까요. 리 회장은 이미 10년 전 가업 승계 방안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5년 ‘홍콩상보(香港商報)’와 베이징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홍콩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큰아들에게 맡길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7년 뒤 이 선언은 공식화 하는데요. 2012년 5월 25일 리 회장은 빅터 리에게 그룹 지분과 경영 승계를 밝힙니다. 이에 따라 빅터 리는 부동산ㆍ에너지ㆍ통신 등 20여개 사업분야를 맡게 됐습니다. 당시 그의 개인자산도 포브스 기준 29조9000억원(255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빅터 리 부회장(사진 왼쪽)과 리카싱 회장 [출처=대공보]

올 들어 리 회장은 부동산과 비(非)부동산 영역으로 사업을 재편했는데요. 역시 빅터를 ‘부회장’자리에 고정했습니다. 은퇴 후 곧바로 회사를 큰 아들에게 맡긴다는 포석입니다.

대신 그는 둘째(리처드 리)에겐 스스로 일군 사업을 더 넓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첫째에게 회사를 남긴다면, 둘째에겐 현금을 주겠단 뜻입니다. 리 회장은 승계방안 공식화 당시 “리처드가 추진하는 기업인수의 자금을 댈 것”이라며 “둘째는 자신의 관심분야 사업체 몇 개를 이미 갖고 있어 (두 아들 간) 사업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27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리카싱의 상업제국(帝國). 다른 재벌가와 달리 승계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관련기사] 대륙부호 만한전석⑩ ‘빚투성이’ 태양왕, 17조 날려도 멀쩡합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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