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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日 국공립대학 세계 10위 노리지만…현실은 ‘직업 양성소’ 전환 논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 晋三) 내각이 교육개혁을 통한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섰다. 일본 학계는 ‘학문’의 본질을 경시한 조치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아베 내각이 국공립 대학에 전문화와 세계화를 도모해 국가를 위한 전문 경영인 및 기술자 양성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문부과학성(문부성)은 지난 6월 전국 86개 국공립대학에 인문사회과학계열과 사범 계열의 조직 폐지 및 개혁을 추진하도록 통보하고, 대학의 개혁에 따라 정부 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취업박람회 현장

일본 문부성은 국공립 대학 운영을 위한 교부금의 배분권을 가지고 있다. 문부성이 일본 국공립대학 재원의 70%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학은 정부의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부성은 “저출산으로 자녀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인재 양성에 방점을 뒀다. 아베 총리는 “교육개혁을 통해 일본 대학이 세계대학 10위권에 드는 등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젊은이들은 정부 개혁안을 반기는 눈치다. 문부성이 국공ㆍ사립대학, 단기대학 82개교의 학생(취업희망자 38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60%가 구직기간이 6개월~1년 장기화됐다고 답했다. 또 사회초년생 중 30%가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문사회과학계열 및 사범 계열 전공자를 중심으로 취업 고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안에 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취업 시장에 맞춰 인문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학문의 본질을 무시하고 국공립대학을 ‘직업양성소’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일본 대학총협회는 “인문과학을 경시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근본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탬플대학의 브루스 스트론엑 교수도 “한 시장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인 바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 지식은 인문,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케이는 “문부성이 밝히는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실학적인 기술 육성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 사물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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